아이들이 없는 세상...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키워가면서 아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책 제목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까지했다. 필립클로델이라는 나로서는 생소한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는 내내 무언가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무슨 이유였을까? 이 책에는 온통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모습들이 하나같이 우리 어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니 생각하고싶은 그런 모습들이 아닌것이다. 그래서 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책속의 아이들을 만나보기로 하자. 우리는 언제나 책속에서 또는 텔레비젼을 통해 할머니나 할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 듣는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속에는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보다 자신들만의 놀이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이 마술사나 요정을 무조건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속에 나오는 코일린은 매일매일 나타나 잘못된 마술을 부리는 요정이 귀찮기만하다. 뤼까는 외톨이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뤼까는 자기를 무시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책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엄마 아빠란 말보다 "백신"이라는 말을 먼저 배우고 세살때부터 백신을 만들기 시작한 아이 쟈리. 쟈리는 착한사람들을 위한 백신을 만들기에 여념없고 결국 열한살에 백신에 성공하고 노벨상을 탄다.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마도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본다면 이책을 읽는것이 조금 덜 불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바쁨과 소란스러움 그리고 삭막함에 정떨어진 사람들에게 시골 생활은 동경이다. 요즘들어 귀농이 늘고있다고 한다. 얼마전 실패한 귀농과 성공한 귀농을 얘기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본듯도 하고 귀농젊은이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다. 어느곳이든 그러할테지만 시골에서도 그곳에 적응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잠깐 잠깐 들어왔다 떠나는 사람들에 익숙해져버린 시골이라면 사람들에 정을 주기가 쉽지않을테니 말이다. 이 책은 시인인 작가가 오빈리로 이사하고 1년간의 생활을 적은 일기다. 일기라는 말 그대로 하루하루의 생활이 간단히 때로는 빼곡하게 적혀있다. "오빈리" 마을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들었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감이 넘친다고 해야할까? 이곳에서의 작가의 생활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부인과 역할을 바꾸어 집안일을 한다. 아침을 하고 딸을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하며 중간중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빼놓을수 없는 일과가 있다. 오빈리 한바퀴 달리기다. 새벽2시에도 달리고 대낮에도 달린다. 책을 읽다보니 달리기는 끓어오르는 원인모를 화를 삭이는 스트레스 해소용인듯도 하다. 그리고 동네어른의 텃밭에 여러가지 채소를 키우기 시작한다. 애호박,참외,고추,상푸,토마토 등등...... 오빈리 사람들은 이사온 이들을 경계하지 않고 정겹게 대해준다. 마을 이름에 묻어난 정겨움 그대로인듯 하다. 뒷집 할아버지와 술을 한잔 하기도 하고 아랫집 할머니네서 살구를 한바가지 얻어오기도 하고. 겉으로보기에 평온해보이기만할 시골생활속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괴로움을 울분을 술과 함께 간간히 만나는 선배나 친구와 함께 달래는 작가의 일상도 나와있다. 앞으로 얼마나 그곳에서 더 생활할런지 알수없지만 그곳에서 1년 남짓 생활한 작가는 그곳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듯하다. 누군가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일기를 본다는 것이 왠지 어색했지만 읽다보니 편안함이 느껴지는 글이 책읽는 시간을 줄여준것 같다.
점점 현대화되어가는 도시에 살게 되면서 주변에 동식물을 접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려워지고있다. 다행히 내가 사는곳은 아파트 뒤로 작은 산이 하나 있어서 가끔 산에 올라 자연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좋다. 산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무들이다. 수많은 나무들 중 이름을 알수있는 나무는 서너종류 뿐이다. 소나무나 도토리나무 단풍나무...이런 유명하고 누구나 아는 것들뿐이다. 그다음 눈에 띄는것은 작은 벌레들이다. 산에서 날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들이라 할수있다. 이름도 알수 없을 뿐더러 작고 빠르고 몸을 스치고 지나가면 가렵기도해서 어떻게 해서든 작은 벌레들은 피하고프다. 이책에는 그 작은 벌레들이 모습이며 이름 습성까지 자세히 나와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난이후에도 이 작은 벌레들과는 친해지기 쉽지 않을것 같다. 이책은 자연을 관찰하기 전단계로서 관찰을 떠나기전 준비물이나 마음가짐까지 자세히 나와있고 관찰법 또한 곤충류와 벌레들- 조류- 포유류- 파충류.양서류- 어류.조개류- 식물 순서로 구분해서 설명하고있다. 또한 각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 관찰시 위험한것들이나 주의해야할 사항들이 빼곡히 들어있으며 우리 주면에서 쉽게 볼수 있는 것들에 관해서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새로 알게되 사실들로 가득하다. 거미의 예를 들자면 거미의 종류뿐 아니라 거미줄의 종류도 여러가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거미 잡는 법이라든가 잡은 거미를 보관하는 방법까지도 설명되어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바로 준비물을 갖추어 곤충채집이나 동식물을 관찰하러 떠나야 할것만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유용할듯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한번쯤 읽어보면 산이나 들에서 접하는 동식물을 조금은 다른눈으로 바라볼수 있을것 같다.
이책이 제목은 그냥 수목원과 식물원이 아니라 "꼭 가봐야할 우리나라"라는 수식어구가 붙어있다. 이렇듯 이 책은 우리나라를 대포한다고 할수있는 23군데의 수목원과 식물원을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아주 자세히란 의미는 단순히 그곳에 심어져있는 식물군들과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친절하게 입구에 들어서면서 출구로 나오기까지 여정을 기록하며 곳곳의 식물군락들을 사진과 더불어 소개하고있다는것이다. 이런 친절함탓인지 몇몇곳은 가보지 않았음에도 가본것 같은 착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사실 수목원의 경우 규모가 꽤 방대해서 자세한 계획을 세우고 다녀오지 않으면 다녀오고나서 못둘러본곳이 많이 눈에 띄곤한다. 이책은 각각의 수목원을 소개하는 맨 앞장을 수목원 전체 조감도를 그려 설명해준다.입구부터 동선을 따라 들어가면서 사진이 항상 함께하기에 눈으로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수있다. 직접 숲의 향기를 맡을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직접 가보는 만큼의 효과가 있는것도 같다. 스물세곳의 장소중 내가 가본곳을 찾아보니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림 물향긱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 단 두곳뿐이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이렇게 자연과 멀어져 지내고 있구나 싶어서. 그래서 가보고 싶은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뭐니뭐니해도 국립수목원이다. 광릉수목원이라고도 불리는 광릉숲속에 자리잡은 유일하게 국가가 운영하는 수목원답게 규모 또한 굉장하다. 사전예약을 하여 입장객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수목원을 보호하는 것 또한 마음에 든다.맨발로 걸어도 좋을 듯한 숲생태 관찰로는 올가을 꼭 아기와 함께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두번째고 가보고 싶은곳을 천리포수목원이다.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았다고 하니 그 아름다운 경관은 가보기전부터 설레인다. 바다를 인접해서 새무가 낀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이 책에 소개된 곳을 한곳씩만 둘러보다보면 1년이 훌쩍 가버릴것만 같다. 훌륭한 여행안내서가 하나 생긴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조란 장르는 솔직히 처음 들어본 장르였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동시조란 장르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동시조는 시조처럼 초장,중장,종장의 3장 6구형식의 시조 가락에 동심을 담은 정형동시라고한다. 시조라하면 왠지 옛스런운 느낌이 먼저 들기에 동시조도 조금은 구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동시집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 구성이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조 동인회인 <쪽배> 결성전과 이후로 나누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전기에는 동시조가 활성화되기 이전이어서 작품수도 적지만 후기로 갈수록 수준놓은 동시조의 창작이 활발해졌다고한다. 제목인 "분이네 살구나무" 표지 그림은 아마도 분이네 집인듯한 집 한채와 그 집을 감싸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살구나무 한그루다. "분이"란 이름. 요즘 누가 그런 이름을 지을까 싶을만큼 촌스런 이름이지만 정겹기 그지없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쓰여진 동시조를 모두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은 엄마가 소리내어 읽어주는 동시조에서 운율이 느껴지는지 가끔 몸을 흔들기도 하고 내 입을 한참 쳐다보며 마치 나의 낭독을 듣고 있는듯했다. 각각의 동시조마다 어울리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내내 글과 그림으로 즐거웠다. 그중 "눈오는날"이란 동시조에서 그려진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할머니 젖가슴은 왜 포동포동하지 못하고 ... 할일 다하느라고. 네 아비 형제를 키우느라고..." 어린 손자의 눈에는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젖가슴이 이상해 보였나보다. 그 젖가슴으로 지금의 아버지를 손자를 키워냈음을 이제는 이해할테지... "자꾸 발꿈치를 까지게 하는 꽃신과 실갱이 하는 소녀를 그린 꽃신"이나 "물방울을 매달아놓고 유혹사는 거미의 모습을 그린 아침" 모두 재미있기만 하다. 아이에게 읽어주기로 또한 혼자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