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는 단어는 참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 생활중 수학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나 또한 그럴때가 있었고 다행인지 어느순간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에 거부감이 많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다. 문제를 풀어내다보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것에 즐거움을 느꼈던것 같다. 그렇게 12년간을 힘들게 공부한 수학을 정작 지금은 많이 활용하고 있지 않으니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들때도 있다. 아마도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렇듯 졸업후 사용되지도 않는것을 왜그리 열심히 해야하는지에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최근들어 미국 드라마 넘버스를 재미있게 보면서 수학이 쓰여질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발견했는데 바로 범죄수사이다. 그 드라마를 보다보면 모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수학이 쥐고있는듯하다. 정말 알 수 없는 공식들이 가득한 칠판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걸 보고 있노라면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드라마를 보고난 후 접하게 된 "범죄수학". 이 책에는 모두 14가지의 범죄 사건이 나온다. 넘버스와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이 사건들에 적용되는 수학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확률이나 정말 단순한것 같은 일차방정식,그리고 순열과 같은 익숙한 용어들이 반갑기까지 하다. 여기에 거리=속력*시간 이라는 중학교 시절 참 많이 힘들어했던것 같은 공식이 나오는데 이렇게 간단한것을 왜그리 힘들어했는지 싶다. 아마도 단순히 외우려고만 해서 였던것 같다. 물론 이 책속에도 전혀 생소한 용어들이 나온다. 블리히펠트의 보조정리 라던가 민코프스키의 정리,부정적분 이런 용어들은 처음 들어본것 같은데 처음 들어본것인지 언젠가 한번은 들었던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마치 수학문제집 한권을 풀고난듯한 느낌이다. 이책은 정확한 결론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읽으며 함께 수학을 눈으로라도 풀어 범인을 찾도록 유도하니 한눈을 절대 팔수 없는 책이다.
"자전거 여행" 참 설레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임이 느껴지지만 그 앞에 "도보"라던가 "자전거"라는 말이 붙는다면 그 설레임은 두세배 쯤은 더 되는것 같다. 그렇기에 저전거 여행을 한 기록인 이 책을 읽게되어 참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여행이 세가지 풍경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다. 길의 풍경,자전거의 풍경, 의식의 풍경... 차로 여행을 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길이다. 차를 타고 붙명히 길을 가지만 그 길을 지나갈뿐 제대로 보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전거 여행은 길을 가며 길을 볼수도 품을수도 있다는 면에서 도보여행과 비슷하며 좀더 자유자재로 속도를 조절할수 있다는 면에서 도보여행보다 편리하다고 할수도 있을것 같다. 두발로 또는 자전거로 혼자만의 여행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여행기는 참 부럽기만하고 읽는 내내 푹 빠져버리곤한다. 이 책은 서울을 풀발하여 저 멀리 아랫지방인 보성 순천을 거쳐 경주 포항 울릉도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한달간의 기록이다. 첫출발은 후배와 둘이서였고 열흘 남짓을 둘이 여행하고 나머지 20여일을 혼자 여행하였다.그런데 읽다보니 작가에게는 둘이서 하는 여행보다 혼자만의 여행이 더 어울리는 듯했다. 아마도 여행을 하며 끊임없이 나를 찾으며 고민하는듯한 모습이 보여서였나보다. 50년 이상을 살았다는 작가는 그만큼을 살았음에도 나를 찾기위해 여행을 떠나고 있었고 여행내내 즐거움보다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나도 제대로의 나로 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되었다. 여행은 즐거움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갖게하는 매력이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 때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서재라 제목이 붙은 책들은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좀 조심스럽다고 해야할지 아님 쑥스럽다 해야할지... 그 서재에 빼곡히 꽃혀있는 책들을 통해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난 이런류의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책을 골라 읽는다는것이 참 즐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지만 가끔씩 책을 고르는것에 곤란을 느낄때가 있어서 이런 종류의 책을 통해 여러 책들을 만나고 그 중에 나에게 맞는 책들을 골라내는 재미도 쏠쏠하곤 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다른 누군가의 서재와는 좀 다른 궁금증이 들었다. 단순히 누군가가 아닌 오바마가 아닌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이 단어 하나만으로 전 세계의 이목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나 또한 관심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책을 받기전부터 약간의 기대감과 설레임이 함께했다. 이 책에는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오바마의 연설문을 비롯 오바마가 좋아하는 30권의 책을 소개하고있다. 단순히 오바마의 서재만을 들여다보는것이 아니라 오바마의 연설문을 통해 그의 여러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정치접인 면이 많이 부각되어 있기에 정치에 그닥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나로서는 아쉽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는 영어와 영어교육에 능통한 사람이어서인지 오바마의 연설문이나 책을 영어 단어 하나하나에 중점을 두어가며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마치 영어공부를 하고있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책에는 오바마가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오바마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인물인 간디나 맬컴엑스의 자서전이나 링컨에 관한 책들이 있기도 하고 세잌스피어의 리어와 오셀로 맥베스 햄릿등 비극이 소개되기도 한다. 또한 구약성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기독교인인 오바마는 이름의 가운데인 후세인이라는 이름때문에 이슬람교도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한다. 책을 읽다보면 참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소개하며 오바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듯도 했으나 어쩐지 대중적인 이미지의 대중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그곳을 파고드는 정치적인 오바마의 모습으로 귀결되는것 같아 아쉬움이 들었다.
바닷길 3000킬로미터. 경기도 전곡항을 시작으로 독도까지의 거리다. 만화가 허영만을 선장으로 13명의 친구들이 모여 시작된 항해. 술자리에서 시작된 바닷길 백두대간 항해는 요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요트의 이름은 "집단가출호" 너무 재미있는요트이 이름에 웃음이 터져나왔고 책을 읽는 동안 책 사이사이 허영만 화백의 만화에 웃지 않을수 없었다. 언뜻 요트하면 굉장히 멋져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속에 나오는 요트와 달리 이들의 요트 항해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제목 그대로 생고생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이런 고생을 참고 견디게 만든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너무나 상징적인 독도를 향한 열정이었으리라... "독도"라는 단어에 애국심이 생겨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이들의 항해는 1년이란 시간동안 계속된다. 전곡항을 출발해서 독도까지를 한번에 항해한것이 아니라 모두 열두차례의 항해로 나누어 조금씩 조금씩 독도를 향해 나아간다. 도중에 허영만선장은 아파 입원을 하기도 했고 사정으로 중간중간 항해 선원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선원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들은 결코 편안한 여행을 떠난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출발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항해였을것이다. 너무 수심이 낮은곳으로 요트가 들어가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고 갑작스런 폭우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비박을 하며 모기떼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이렇게 항해가 거듭되면서 출발당시의 어설픈 선원들은 사라지고 노련한 항해사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주에서는 요트 대항 경기에서 이겨 한치 한상자를 얻기도 했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책을 보다보면 글 사이사이 항해사진들이 나오는데 우리 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잘 나와있다.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이들은 바다에서 올레길을 만들고 있었다. 참 힘든 여정을 거쳐 독도에 도착했으나 독도를 쉽사리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험한 바다상태로 독도를 바라보고 돌아와야 했다. 그렇지만 독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그렇기에 크고 작은 섬 또한 많다. 그 많은 섬들중 남도의 섬들은 왠지 우리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더 있는듯하다. 그 끌림에 이끌려 나도 남도의 여러 섬들중 몇몇 곳을 다녀보았다. 도보여행가의 발길과 다르게 배와 자동차 또는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었기에 걷는다는 의미보다는 훓어본다는 의미가 크지않을까싶다. 그렇게 구석구석을 다 보지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남도의 섬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는 내가 미처 보지못한 섬 구석구석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설레임 아니었을까? 진도와 소록도 거금도 청산도 그리고 노화도와 보길도를 걸어 여행하며 쓴 글들의 모음인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이 혼자 여행하는 작가에게 했던 말을 나도 되뇌이고 있었다. "여자 혼자 무섭지 않을까? 하는... 아무래도 혼자만의 여행에는 용기가 필요할듯 하지만 여행길을 함께 글로 따라가보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만으로도 여행이 꽉 차는듯했다. 곳곳에서 만나는 귀인들로 인해 여행코스가 변경되기도 하고 숙식이 해결되는 행운이 오기도 하고 외로움이 사라지기도 하니말이다. 많은 여행지중 진도와 청산도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 진도에서는 운림산방을 다녀오고 싶다. 영화 스캔들의 무대라고 하니 호기심이 좀더 생긴다. 청산도는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인데 매봉산에서 바라본 청산도 마을 전경을 보니 그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상서 마을의돌담길은 얼마나 예쁘던지... 남도 섬길여행은 길게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며칠간 걷다 지치거나 집이 생각나면 돌아와 다시 떠나기를 반복한다. 얼마나 자유로와 보이던지...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그럴수 있을까?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하기에 마음 통하는 누군가와 남도섬길을 걷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