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말라야에게 - 히말라야가 전하는 위로
서윤미 지음, 황수연 그림 / 스토리닷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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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염병은 올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적응도 되었지만 가끔은 낯선 나라의 도시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이 네팔의 트레킹 여행이었습니다. 2019년 11월에 다녀왔던 여행이었는데 여행을 그리워하다 이 책이 네팔과 히말라야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네팔과 트레킹에 대한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것과는 느낌이 조금은 달랐습니다. 저자는 포카라 시청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현재도 네팔의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하며 네팔에서 직접 생활하고 있는 생활인이었습니다. 여행자와 생활인의 차이는 아주 크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도 더 깊이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었네요.

이 책은 히말라야라는 책명이 들어가 히말라야에 관한 내용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이 책은 네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고 중후반부에는 작가 개인의 안타까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조금 독특한 형식이었습니다. 아픔을 견디며 다시 일어나기 위해 떠난 네팔 트레킹과 거기서 다시 네팔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은 저자가 네팔이라는 나라에서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고 애정을 느끼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네요. 저자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모집해 다녀왔던 그 트레킹 코스가 우연히 제가 작년에 다녀왔던 트레킹 코스와 같아 더욱 재밌게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책에는 트레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구체적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그래도 다녀와 보았던 곳이라 저도 모르게 그곳을 떠올려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작년의 제 여행을 추억해 볼 수 있어 잔잔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글과 함께 있는 그림입니다. 보통은 사진을 많이 첨부하여 책을 구성할 텐데 이 책에서는 네팔에 대한 그림이 있어 독특하지만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그림을 첨부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나쁘지 않아 앞으로도 이런 구성의 책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징을 잘 살려 그린 그림은 아름다웠습니다.

가독성이 좋아 재밌게 금방 읽었네요. 저는 네팔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네팔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코로나가 안정이 되면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네팔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간혹 네팔에 오랜만에 온 사람들을 만나면 네팔이 변했다고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눈으로 네팔을 바라본다. 보고 싶은 면만 보고 네팔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네팔이 내 마음속 환상 속에서 영원히 머물러주길 바란다. 네팔이 변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변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말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데 말이다.

(p. 37)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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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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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한때, 나는 동양 고전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양 고전의 올바른 말과 단순하지만 명료한 그 글들을 지팡이 삼아 그 멋진 청춘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보았던 좋은 글들은 아직까지 나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하고, 길을 알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자칫 노인, 어른들이나 볼 것 같은 책들이란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실상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보아야 좋을 책이라는 것을 그 시간에 알게 되었지요.

요즘엔 동양 고전의 책을 많이 보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장르의 책들을 읽고 있어요. 소설이나 에세이, 인문학 책들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동양 고전에 관한 책의 광고나 맛보기 내용을 보게 되면 그 책을 읽어보고 싶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읽어보고는 합니다. 이 책 또한 그런 연유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인생 문장]

우리나라의 독서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최하위라고 하기는 한다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책들이나 문장을 읽거나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만난 것들 중에 "인생 문장"이 될만한 것들을 만난다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겠지요. "인생 문장"이라는 어마 무시한 책명을 들고 나온 이 책에는 어떤 인생 문장들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동양 고전의 좋은 문구들을 활용하여 작가의 해석이나 생각을 적어 놓은 책입니다. 구성이 나쁘지 않고 깔끔하고 가독성이 무척 좋았던 점이 특징적이었습니다. 무척 쉽게 읽히면서도 좋은 문장들이 많아 자주 주춤 거리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동양 고전에 호감이 있는 제 개인적 취향이 들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동양 고전의 문구들을 소개하기에 공자, 맹자, 노자, 중요, 대학 등 중국의 옛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문장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런 종류의 글들을 가끔씩 보아서인지 책에 소개된 문장들의 2/3 정도는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금 읽어보고 되돌아보는 것은 무척 유익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에서는 이상하게도 '성실'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박혔습니다. 요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열심히 해야지 각오를 다지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다잡기에 좋은 책입니다. 어렵지 않고 가독성이 좋아 대부분의 독자들은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좋은 문장을 찾아 읽는 즐거움을 가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성실은 사물의 끝과 시작이니, 성실하지 않으면 사물 역시 없다. 이 때문에 군자는 성실하게 행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중용] 25장

(p. 139)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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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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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 지난 겨울, 너무나 유명한 책이기에 어떤 책일까 궁금해 <악의 꽃>을 책장에 놓아두고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런데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책을 보고 이 책으로 보들레를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난 후 <악의 꽃>을 읽으면 좀 더 내용 파악이나 내용의 집중이 더 잘 될 것 같아 이 책을 먼저 들게 되었다.

 

보들레르. 프랑스의 아주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었다. <악의 꽃>을 적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파리의 우울>이 보들레르의 책인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 책의 책명은 꽤 낭만적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유명한 프랑스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핏 근사해 보였고 그랬기에 기대가 컸다. 나 혼자의 상상으로 이 책은 보들레르의 유명한 시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석이나 이야기를 하는 구성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접 읽어보니 내가 상상했던 구성과는 많이 달랐다. 이 책은 인간 보들레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들레르와 그의 시에 대한 평론집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의 시가 중심이 아니라 그가 중심이고 그의 시가 보조해 준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기에 막연히 좋은 시나 아름다운 시를 쓴 멋진 시인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막연한 추측은 모두 깨졌다.

 

보들레르는 참 복잡한 인물이다. 복잡한 가정사와 그의 독특한 기질과 성격. 거침없이 뱉는 독설과 자기도취 같은 것들은 그가 왜 프랑스의 천재 시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결점들을 무시하고도 그의 시는 그렇게 충격적이고 대단한가라는 궁금점이 생겼다. 그는 모순적이다. 일에 대한 태도와 그의 행동이 그 한 예다. 그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말을 내뱉고 결심을 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모습은 얼핏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주인공의 모습과 이상하게 겹쳐지는 듯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내용을 잠시 아래에 첨부한다.

 

보들레르는 부단히 일을 예찬하고, 일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하지만, 일에 얼굴을 찌푸리고 늘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 이 시인의 운명이었다.

시 <백조>에는 '일'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의 머릿글자가 대문자로 되어 있다. 보들레르가 일기 같은 글들에서 자신에게 부과하는 경구에 나타나듯이,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 우울, 우수의 치료제다. 보들레르는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더 잘 살고자 하지만 영원히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역시 <위생>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웅플뢰르로 가자! 가능한 한 빨리, 더 추락하기 전에.

이미 얼마나 많이 예감했고, 신은 또 얼마나 많은 신호를 보냈는가! 이제는 정말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지금 1분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여기며, 내 일상의 고통, 즉 '노동'을 나의 영원한 쾌락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p. 46)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빅토르 위고가 살던 시대를 함께 했던 인물이고 서로 편지도 나누는 사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와의 일화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는 그가 살던 시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보들레르의 시를 읽지 못했고 이 책을 통해 부분부분 보았다. 어떤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악의 꽃>을 읽어보아야 어떤 나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보들레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보들레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행동과 시들과 말들은 현재 시대에 논란이 될 부분들이 많을 테지만 그는 위대한 천재 시인으로, 현대시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으로도 불린다고 하니 그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보들레르와 함께 했던 여름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시원했다. 거침없었기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에,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 <악의 꽃>을 읽게 되면 다시 이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었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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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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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에세이 쓰기를 도전했습니다. 어떤 에세이 책을 읽을 때에는 이런 글이라면 나도 충분히 적을 수 있겠다 생각했던 책들이 있었는데 막상 제가 에세이를 적어보려고 하니 글을 적는 일은 글을 읽으며 판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우겨우 글을 다 적고 기대를 하며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한 군데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결국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실망을 하고 그 원고는 조용히 제 컴퓨터 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2020년의 절반이 벌써 지나게 되었습니다. 올 한 해의 시작을 떠올려보고 계획했던 일들도 점검해보다 책 출판에 대한 욕심이 떠올라 후반기에도 다시 도전을 해봐야겠다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 에세이를 씁니다 >

 

이 책은 책의 책명처럼 에세이를 쓰는 일,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우수진이라는 분으로 이 책 이전에는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 작가분의 북토크에 참가해 본 적이 있어 이 작가분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도 했네요. 이 북토크의 주제도 에세이를 쓰는 일, 에세이를 출판하는 일과 관련된 주제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의 몇 개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로 들을 때와 책에서 글로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점이 조금 신기하네요.

이 책은 어렵지 않은 편안하고 시원시원한 문체로 이야기를 해나가고 그래서 가독성 좋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빨리 읽게 되었고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에세이 쓰기, 출간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내용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에세이 쓰기에 대한 용기를 조금은 전해주기에 에세이 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책을 출간하게 된 내용이나 많은 사람들의 질문을 솔직하게 답하는 부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책을 출간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적어주신 덕분에 저 또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에세이는 다른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에세이의 영역에 포함되는냐 혹은 개인의 일기에 그치느냐 판단되곤 하는데 그 경계를 뛰어넘기가 힘듭니다. <에세이를 씁니다>를 읽고 에세이를 써보아야겠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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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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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라는 취미를 가진 후 여러 장르, 여러 작가분들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인 후 어떤 책들은 다른 이유가 아닌 그 작가가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에게 김훈 작가님은 그런 작가님 중 한 분입니다. 작가님의 여러 소설과 산문집을 읽으며 진중하고 무거운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역사 속 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지낸 날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책이 나오는 줄 모르고 있다 갑작스레 작가님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책의 책명을 보고 저는 지레짐작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들 중 많은 작품이 우리나라의 과거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많았고 그 이야기들은 큰 사랑을 받았기에 이 책도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책의 이야기가 저의 상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말(馬)과 나라, 말과 인간 그리고 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초와 단이라는 나라가 나오게 되고 이 두 나라는 나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북과 남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두나라는 그 풍습이나 기질 또한 매우 달랐는데 초라는 나라는 유목의 생활을 하며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야생의 민족과 같은 분위기인데 반해 단이라는 나라는 성을 세우고 농사를 짓고 문자로 기록을 남기는 서로 상반되는 두 문명을 그려냅니다. 이 극단으로 갈리는 두 나라의 배경에는 작가님의 의도가 들어있을 텐데 그 두 문명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두 문명은 책에서 충돌하게 됩니다. 초가 나하를 건너 단으로 쳐들어 가고 지독하고 치열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 전쟁 속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명마들의 이야기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초나라의 왕자를 자신의 등에 태운 '토하', 단나라의 야전 군독 황을 등에 태운 '야백'. 이 두 마리의 말 또한 인간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말의 시선으로 보는 전쟁의 상황, 인간들의 모습은 의문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렇게 이 전쟁으로 인해 두 말의 운명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책을 보면서 우리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르다는 것. 다름은 인정하기 어렵고 두렵고 적의를 가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적의와 공포는 우리를 어리석은 선택으로 몰고 가고 이렇게 역사는 이어져 오고 또 이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나름의 문명을 가졌다는 두 나라의 전쟁에서 문명과는 전혀 다른 야만의 힘을 보며 문명과 야만은 멀지 않음을 느낍니다.

 

책을 다 읽고 이 책에 대해 조금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은 역사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낸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김훈 작가님 특유의 진중한 문체에 중국의 옛 역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단나라의 역사서 '단사', 초나라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후대에 쓰인) '시원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분도 위의 생각을 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말(馬)과 말(言)이라는 단어들이 함께 나와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그런 문장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작가님의 말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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