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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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 지난 겨울, 너무나 유명한 책이기에 어떤 책일까 궁금해 <악의 꽃>을 책장에 놓아두고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런데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책을 보고 이 책으로 보들레를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난 후 <악의 꽃>을 읽으면 좀 더 내용 파악이나 내용의 집중이 더 잘 될 것 같아 이 책을 먼저 들게 되었다.

 

보들레르. 프랑스의 아주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었다. <악의 꽃>을 적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파리의 우울>이 보들레르의 책인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 책의 책명은 꽤 낭만적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유명한 프랑스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핏 근사해 보였고 그랬기에 기대가 컸다. 나 혼자의 상상으로 이 책은 보들레르의 유명한 시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석이나 이야기를 하는 구성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접 읽어보니 내가 상상했던 구성과는 많이 달랐다. 이 책은 인간 보들레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들레르와 그의 시에 대한 평론집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의 시가 중심이 아니라 그가 중심이고 그의 시가 보조해 준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기에 막연히 좋은 시나 아름다운 시를 쓴 멋진 시인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막연한 추측은 모두 깨졌다.

 

보들레르는 참 복잡한 인물이다. 복잡한 가정사와 그의 독특한 기질과 성격. 거침없이 뱉는 독설과 자기도취 같은 것들은 그가 왜 프랑스의 천재 시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결점들을 무시하고도 그의 시는 그렇게 충격적이고 대단한가라는 궁금점이 생겼다. 그는 모순적이다. 일에 대한 태도와 그의 행동이 그 한 예다. 그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말을 내뱉고 결심을 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모습은 얼핏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주인공의 모습과 이상하게 겹쳐지는 듯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내용을 잠시 아래에 첨부한다.

 

보들레르는 부단히 일을 예찬하고, 일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하지만, 일에 얼굴을 찌푸리고 늘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 이 시인의 운명이었다.

시 <백조>에는 '일'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의 머릿글자가 대문자로 되어 있다. 보들레르가 일기 같은 글들에서 자신에게 부과하는 경구에 나타나듯이,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 우울, 우수의 치료제다. 보들레르는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더 잘 살고자 하지만 영원히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역시 <위생>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웅플뢰르로 가자! 가능한 한 빨리, 더 추락하기 전에.

이미 얼마나 많이 예감했고, 신은 또 얼마나 많은 신호를 보냈는가! 이제는 정말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지금 1분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여기며, 내 일상의 고통, 즉 '노동'을 나의 영원한 쾌락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p. 46)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빅토르 위고가 살던 시대를 함께 했던 인물이고 서로 편지도 나누는 사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와의 일화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는 그가 살던 시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보들레르의 시를 읽지 못했고 이 책을 통해 부분부분 보았다. 어떤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악의 꽃>을 읽어보아야 어떤 나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보들레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보들레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행동과 시들과 말들은 현재 시대에 논란이 될 부분들이 많을 테지만 그는 위대한 천재 시인으로, 현대시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으로도 불린다고 하니 그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보들레르와 함께 했던 여름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시원했다. 거침없었기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에,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 <악의 꽃>을 읽게 되면 다시 이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었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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