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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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의 시 부문에서는 두 분이 각기 다른 신문사로부터 당선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2023년 신춘문예에서는 소설에서 동시 수상한 분이 계셨군요. 주인공은 이 책의 저자인 전지영 소설가. 소설가는 2023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당선이 되어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24년에는 「언캐니 밸리」로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소설이란 특성상 한 편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텐데, 여러 곳에 접수를 하고 또 당선이 된다는 게 저에겐 놀랍게 여겨지네요. 위의 수상 경력에 호기심이 가 관심이 가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소설집 같은 경우,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이 있고 보통의 저는 그중 인상적이거나 재밌었던 2편 정도로 서평을 적곤 합니다. 이 책도 2~3편 정도의 이야기로 서평을 적으려고 계획을 했는데 두 편을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로 수록된 소설들이 전체적으로 흥미로워 책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서평을 적어보려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영화 '곡성'과 같은 소설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되었다 점점 이야기에 몰입되고 영화가, 소설이 끝나면 다시 한번 봐야 확실히 이해될 것 같다 혹은 다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 신기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한국 소설집의 큰 주류는 일본 영화의 드라마 장르 감성과 조금은 닮은 듯 보였고 일상을 바탕으로 서정을 풀어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많은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제 개인적 감상입니다). 하지만 전지영 소설가의 이 소설집은 확실히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느껴졌고 그것이 보통 신인에게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잘 드러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일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물이나 사건들이 나오는데 '그것이 뭘까?'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런 장르는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책 속 <해설> 부분에 나오는 '이 소설들은 심리 스릴러의 형식과 유사하되 그 자체로 불안에 관한 문학적 탐구로도 읽힌다.'(p. 282)을 참조하여 심리 스릴러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앞의 문장에서 나오는 불안이 일상과 맞닿아 있어 소설 속의 이야기가 더 생생히 읽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책에는 8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서평을 적으면서도 어떤 소설이 좋았는가 자문해 보지만 몇 개로 고르기가 어렵네요. 그렇지만 전부를 다 말할 수 없으니 제게 전지영 작가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앞 쪽의 소설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말의 눈>에서의 화자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과 함께 섬으로 이주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내용이 시간의 순차적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고 교차하여 전개가 되어 소설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섬에서 알게 된 지희는 딸의 학교 폭력 문제로 화자인 수연에게 찾아와 딸인 서아의 증언을 부탁하며 점점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은 얼마나 맹목적일 수 있을지,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딸을 지키려는 두 엄마의 미묘한 관계 속 심드렁한 지붕 수리공의 인물이 상반되어 재밌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네요.

<쥐>에서는 소설의 공간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해군 관사 단지, 그 단지의 배치 등의 설명이 재밌으면서도 이런 것에서도 서열이나 위계가 연결된다는 점이 섬뜩하기도 했네요. 그리고 남편의 직급에 따라 부인들도 따라간다는 것이 실제로 그런 것인지 무척 궁금했어요. 이 소설에서는 '쥐'가 갖는 상징성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쥐를 찾는 사람과 집에서 들리는 쥐 소리. 쥐라는 동물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가 어떤 결의 부정으로서 소설에서 작동하는지, 불의 원인 등 미스터리 한 부분이 남는 소설이었지만 그래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과 <맹점>도 재밌었고 다른 분에게 소설을 추천한다면 이 두 소설을 추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과 상실을 겪는 가족과 화자의 이야기는 먼 곳의 이야기 같지 않고 겪어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지만 그 암담함의 분위기는 체감이 되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신춘문예에서 동시 수상을 한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어요. 읽고 난 후 외국의 스릴러 소설 같다는 느낌도 잠깐 해보았습니다. 전지영이라는 이름을 외워두려 합니다. 소설가의 소설을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나는 술에 취하면 진심이 드러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대개는 진심 속에 감춰져있던 야만성이 드러나곤 했다.

(p. 152)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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