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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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아팠던 2011의 봄, 여름...

아무런 준비없이 찾아간 직장은 나에게 15년동안의 활동과 보람, 능력 그 모든 것을 잊게 했다.

출근하면 쏟아지는 눈물을 참고, 버텨내기를 몇개월...그동안 나 스스로에게 왜 이리 위로해주지 못했나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고마운 건 내 주변의 사람들이다. 그런 희망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

그동안 책이라도 가까이했으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었을텐데...그조차 할 수 없었다.

덕분에 너무나 초라한 숫자로 여름을 맞이한다.

17번째. 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
<하악하악>만큼 통쾌한 이외수의 유머와 직설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나 잔잔하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 뿐만 아니라 함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구절 또한 많았다.

내 주변인은 이외수의 소설이 더 재미있다던데...그러고보면 그의 소설은 읽지 못했다. 뜨거운 여름, 특유의 유머로 나를 웃게 해줄런지...
 첫 장부터 나에게 화두를 던진다.

"그대여,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그대 의지에 달려있다."

 
 그대여, 나는 가끔 나의 대선배인 누에를 통해 거듭되는 희망을 배운다. 희망의 성장을 배우고 희망의 진화를 배우고 희망의 부활을 배운다.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여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와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은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인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이동을 한다. 한자리에 붙박여 있을 때의 알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게 만든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렬한 실크로드도 누에가 없었다면 절대로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누에의 희망은 비단이 아니다.

그대여, 번데기가 캄캄한 고치 속에서 절대 고독을 견디고 밖으로 나오면 날개를 가진 나방이 된다는 사실에 유념하라. 비로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음에 유념하라. 

그대가 알에서 희망을 멈추어버린다면, 그대가 애벌레에서 희망을 멈추어버린다면, 그대가 넉잠자기에서 희망을 멈추어버린다면, 그대가 번데기에서 희망을 멈추어버린다면 어찌 날개를 가질 수 있으랴. 희망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만 희망은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여. 그대가 만약 날개를 가지고 싶다면 누에의 한살이 중에서 특히 고치의 부분을 소중히 생각하라. 비록 그대에게 절대 고독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결코 도망치거나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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