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생일 선물로 구양에게 받은 선물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생일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이 책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침대 옆 책꽂이에 늘~ 꽂혀있었지만 제대로 이 책에 꽂힐 때 읽고싶었기에...

그런날이 어제 새벽..워낙 짧은 책이기에 한숨에 읽어버렸고 그래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제작년에 비어헌터의 유럽맥주 견문록에 비해서는 정보가 부족했고 술고픔도 부족했지만.. 그런 정보를 위해 쓴 글이 아니기에 하루키의 책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처럼 혀에 스르르 감기는 위스키 한모금 정도의 느낌~ 아직 위스키는 나에게는 조금 먼~ 술이지만...

맥주에 관한 책을 읽을 땐 꼼꼼하게 메모해가며 나도 꼭 유럽에 가면 이런저런 맥주를 마셔봐야지 했는데...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만을 여행하며 쓴 책이기에 그런 면에 있어서는 조금 느낌이 떨어졌다.
다만 그의 말처럼 나도 여행에 있어 테마를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코쿠에 갔을 때는 매일 죽으라 하고 우동만 먹었고, 니이가타에서는 대낮부터 정종을 실컷 마시기도 하고, 미국 횡단 여행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팬케이를 먹었다는 그(일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팬 케이크를 질리도록 실컷 먹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먹고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독일과 중국 여행에서는 동물원만 보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테마여행... 아직은 여행 경험이 부족해서 한 곳에 가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이일도 하고 저일도 하고 싶은 나이지만 한번쯤 꼭 기억했다가 실천해보리라. 흠~

이 책에서는 다만 내가 수업시간에 설명했던 Irish Whisky를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몇번 마시지 않은 위스키지만 사실 스카치와 버번만을 마셨기에... 그 느낌은 언젠가 이 글의 수정판에 달리겠지. 그날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짜르르한 위스키의 목넘김을 느끼고 싶고, 책에 소개된 물과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느낌도 가져보리라.
 

p.37
"맛 좋은 아일레이 싱글 몰트가 코앞에 있는데, 왜 일부러 블렌디드 위스키 같은 것을 마신단 말이오? 그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트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p.62
"우리는 장례식에서도 위스키를 마시지"하고 아일레이 섬 사람은 말한다. "묘지에서 매장이 끝나면, 모인 사람들에게 술잔을 돌리고 이 고장에서 빚은 위스키를 술잔 그득 따라주지. 모두들 그걸 단숨에 비우는 거야. 묘지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춥고 허전한 길, 몸을 덥히기 위해서 말야. 다 마시고 나면, 모두들 술잔을 바위에 던져서 깨 버려. 위스키 병도 함께 깨 버리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그것이 관습이거든."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위스키로 축배를 든다. 그리고 누군가 죽으면,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위스키 잔을 비운다. 그것이 아일레이 섬이다.

p.76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글 몰트는 햇수가 오래될수록 맛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거든. 증류를 해서 더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덜 해지는 것도 있어. 그건 다만 개성의 차이에 지나지 않아."

라프로익에서 받은 팸플릿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공정이 끝나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참나무통 속에서 위스키는 10년에 걸쳐 숙성된다. 그 형뻘이 되는 15년 된 위스키는 다시 5년이 더 걸린다. 모두 오랜 세월이다. 그러나 기다릴 만한 가치는 있다."
 

p. 130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흐히 말하듯이,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

p. 132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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