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로알드 달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해본다.

"어린이들이 책을 보면서 절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책은 아이들을 억눌러서는 안 되며 재미와 호기심이 넘치고,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한 그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게임 대신 책을 들게 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우리에게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로알드 달이 일곱살 때 홍역으로 죽은 첫딸 올리비아를 위해 쓴 책이 바로 '멋진 여우씨'이다.

사실 영화가 유명하고 서진이 역시 영화를 봤지만 그 날 나는 엄마들과 모임을 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7살 때 자막 영화라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서진이는 너무나도 재밌게 보고 또 재미만 느낀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책도 사놨지만 꽤 글밥이 많아서 아직 책 읽기는 미루고 내가 먼저 읽어야지 했는데...그것 또한 미루다가 쉽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여우씨'를 발견하고 딸과 함께 손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사실 오랜만에 남편마저 그자리에서 우리의 반응을 보고 읽어내렸다.

 
우리 가족에게 한꺼번에 재미를 선사한 이 책의 매력은 뭘까?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로알드 달과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사실 내가 사놓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책도 살펴보니 같은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이었다.) 화가의 그림이 한데 어우려져 우리를 재밌는 반전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게 한 것 같다. 

어찌 보면 가장 간단한 구조이다. 세명의 사람 주인공 보기스, 번스, 빈...권선징악의 구조에 맞게 이 세명은 모두 부자이고 고약하고, 비열해서 마을에서 악당으로 불리운다.

이 세명의 악당에게는 영리한 여우씨가 모두 골치거리이다. 그들의 암탉, 오리나 거위, 칠면조를 자주 훔쳐가기 때문이다. 총까지 들면서 지켜봤지만 모두 번번히 여우씨를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공짜로 남에게 나눠주기도 싫어하니 도둑맞는 것은 얼마나 싫었겠는가?  

그림에서 표현되어지는 것도 상당히 위트있고 그러면서도 성격을 잘 나타내준다.

흑백의 흐린 펜 선으로 그려져 있지만 화려한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손맛이 느껴진다. 

 
참다 못한 이 세명의 악당은 여우의 가족을 소탕하기로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금 잔인해 보이는 총까지 동원하여~

여우굴을 찾아내고 삽으로 언덕을 파내려간다. 그걸 알고 여우의 가족 역시 있는 힘을 다해 아래로 아래로 굴을 판다.

삽으로 안되니까 굴착기까지 동원하여...

이 그림이 정말 재미있다. 언덕이 어느정도로 파헤쳐졌는지 하나의 산을 깎아내는 듯한 모습이다.

어찌보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연과 동물을 마음대로 훼손하고 파괴하는 요즘의 모습을 꼬집어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음~~ 4대강의 개발 논리로 강에 사는 동물들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그러고보니 처음에 재미로만 접했던 그림에서 좀 씁쓸한 장면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렇게 파헤쳐지니 멋진 여우씨 가족 또한 며칠동안 먹지도 못하고 지쳐있다. 나갈 수 있는 구멍도 108명의 농장 일꾼을 동원하여 밤낮으로 무장하여 지키게 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무식해보이는 방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동원하는 세 악당들...

 
진한 아내를 옆에 두고 여우씨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쪽으로 굴을 파내려간다. 바로 보기스네 1호 닭장이다.

108명의 사람들은 여우굴을 지키고 굶어죽기 전에 나오는 여우를 소탕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우는 반대로 농장으로 가는 것이다.

또 한번 굴을 파는 도중 만난 오소리, 여우로 인해 땅 속에 사는 동물들마저 모두 굴에 숨어 지쳐가고 있단다. 그러나 여우씨와 함께 오소리도 동참하여 번스의 거위와 베이컨, 빈의 멋진 사과주를 갖고 와서 함께 굴 속의 잔치를 벌인다. 
 

과연 세명의 악당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짐작도 되시겠지만...그건 책 속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멋지고 영리한 여우씨가 세명의 농장을 훔치는 도둑이라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세명의 악당은 나눌 줄 모르고 자기 배만 불리는 사람이니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마 로알드 달의 생각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새 우리는 인간이지만 여우씨의 편이 되어 이 책을 읽게 된다.

아마도 그건 여우씨 또한 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것 뿐 아니라 자기로 인해 피해받은 굴 속의 모든 동물들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결말이 사뭇 궁금했기에 재미는 보장된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파괴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마도 자기의 것을 나눠줄 줄 아는 세명의 주인공이었다면 우리가 당연히 그들의 편이지 여우의 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반드시 모든 책이 도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도둑이라는 설정을 두고 어린아이에게 맞는가 안맞는가를 판단하여 책읽기를 미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 또한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믿음이 있기에...

 

오랜만에 딸과 엄마, 아빠까지 흥미진진하게 한권의 책을 같이 읽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