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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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며,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p. 36

📍쇼펜하우어는 만족감이란 지속되지 않으며 충분히 행복하고 안온한 삶 역시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금의 중용'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왜일까? 그는 인간의 만족은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결핍으로 괴롭고, 욕망이 채워지면 권태로 괴롭기 때문에 모든 만족 감은 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삶이란 필연적으로 실망할 수밖에 없는 욕망을 좇는 것이다. p. 53-54

책의 서두에 언급한 논쟁처럼 평범해도 괜찮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나 하는 배부른 소리는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여전히 있다.
내 안에 양면적인 마음을 들킨 기분이랄까. 평범하게 자기 만족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땐 지금 삶도 나쁘진 않고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득 왜 뭔가 부족한 거 같고 억울한 것 같을 땐 여지없이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살피고 있는거다.

그렇지만 <몰락하는 자>에 나온 것처럼 천재를 뛰어넘을 수 없기에 포기하며, 가능성의 문을 아예 닫아버리고 실패와 원망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없다.

📍의미 없는 삶이란 없으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의 삶 자체가 언제나 하찮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p. 85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끌어당기는 엄청난 힘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개인에게 권능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각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는 더욱 치열해질 뿐인 경쟁을 부추기고, 사람들을 분열시키며, 연대를 훼손하는 능력주의를 불러올 뿐이다. p. 141

요즘처럼 평범하지 않으려 애쓰며 번아웃이 올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시대가 있을까? 자본과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많지만 더 움켜지려고 하고 나누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과도한 경쟁에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학교도 우리 때처럼 성적을 일렬로 세우지 않겠다는 취지에 더 많이 해야할 활동을 경쟁적으로 만든다. 생기부에 한줄이라도 더 써야지란 생각에 그걸 만드는 교사나 해내려는 학생이나 모두 과부하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더 하다보면 가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올 땐 잠깐이지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훨씬 더 우울의 극단으로 치닫는 걸 정말 요즘 많이 보게 된다.

철학과 문학을 넘나들며 쓴 책 속에는 정말 밑줄 긋게 만드는 문장이 많았다. 읽기 아주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나친 경쟁 속에 평범한 삶을 존중하는 시선, 나에게 관대한 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한 시선을 통한 연대, 일상을 충만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거리가 많았다. 한번만 읽기보다 여러번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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