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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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따르면 중년에 접어들며 인생이 생각보다 형편없이 짧다는 것을 깨달은 두 명의 현자가 있었으니, 어느 맑은 봄날,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충실하게 살자"라고 결심했고, 다른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유롭게 살자"라고 작정했다.
훗날 그 둘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첫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 말하길, "스승님은 충실하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두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 말하길, 스승님은 자유롭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인생 15

흥어 명인이 물었다.
"남도에선 큰 집안일이 있을 때 홍어를 상에 올리는데,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잔칫집 홍어와 상갓집 홍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요. 맛이 다른가요? 분위기 탓일까요?"
"잔칫집 홍어는 미리 날을 받아놓고 품질이 좋은 걸 찾아 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삭히니 맛이 좋지만, 상갓집 홍어는 갑작스럽게 구해 급히 올리는 것이니 맛있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슬픈 일은 느닷없이 닥친다는 걸, 홍어로도 배운다. 🍃 홍어 23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 성공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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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원래부터 인스타를 팔로우했기에 가끔 게시물에서 단어에 대한 짧은 단상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한편의 책으로 엮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몰아읽기엔 아쉽기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그때그때 곱씹으며 읽기를 권장한다.
이적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가 잘 살아있다.
감사하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한번을 빠르게 읽고, 다시금 또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아 읽는다.
불과 며칠 전 아빠를 보냈기에 인생과 죽음에 대한 글이 들어온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 면회를 하며, 이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는데, 새벽에 전화벨이 울릴지는 몰랐다.
4년전 쓰러지셨다는 새벽의 전화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때는 강원도 여행… 워터파크에서 물놀이 휴유증인지 밤새 파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자는둥마는둥 했다. 그렇게 여행을 다 채우지 못하고 바로 올라와 아빠를 보았을 땐 예상보다 너무 최악의 판정을 내린 의사 때문에 병원 밖에 나와 남편과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치열한 재활 훈련과 엄마의 간병으로 나아지셨으나 다시 재발, 빌리집에서의 1박 2일이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렸다. 수국꽃 앞에서 환하게 웃고, 조카들의 까불거림에 흐뭇해하시던 아빠의ㅜ모습이 눈에 선하다.

슬픔 일은 느닷없이 닥친다는 걸, 홍어로도 배운다 했지. 그러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마음이다.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전날보다 편안해보이셨으니 아빠가 부디 평안하시길 기도해본다.
힘든 일도 결국 사람으로 기운을 얻고 회복할 수 있었다.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또 크게 배운다.
이적의 책을 빌어 마음을 정리해본다. 아마도 내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그때는 다른 단어가 눈에 들어올 것 같기에 이 책은 내 책장의 소장템이다.

2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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