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들은 그렇게 사라진다. 버리지도 없애지도 누구에게 준 적도 부숴버린 적이 없어도 어느 시간 속에서 놓치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고 희미해진다. 그랬었지, 그랬었는데, 라는 여운을 남겨놓고.P. 18아버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라 해서 며칠 아버지 생각을 골똘히 해봤는데 참 어려운 일이네. 평소에 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사실을 불현듯이 깨달았어. 이상한 일이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할 얘기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데 아버지 얘기를 하려니 난감한 기분이 드는구나. P. 240아주 오랜만에 서평단을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온 책이다.‘엄마를 부탁해’ 이미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무척 흐느끼면서 힘들게 보았던 기억은 확실하다.이 책은 먹먹하다. 둘째 아들의 고백에도 나오지만 엄마와는 평상시 대화를 많이 나누지만 아빠와는 그런 기억이 없다. 무뚝뚝한 내 성격 탓도 있지만 아빠가 나에게 해준 것에 비해 난 왜 그리 어렵고 함께 있음이 힘들었는지... 벌써 쓰러지신지 2년째, 이제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주인공처럼 어떤 말을 우리에게 하고 싶은지가 알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 나이가 드니 부모가 아프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진다. 아버지들도 속에 묻어 둔 많은 말이 있을텐데... 항상 지나면 후회가 된다. 그런 내 나이 또래, 혹은 30대부터 읽었으면 좋겠다. 속 깊은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늘 죄송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