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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의 철학 - 알튀세르, 푸코, 버틀러와 함께 어항에서 빠져나오기
배세진 지음 / 편않 / 2025년 4월
평점 :
촉망받는 소장 학자의 강의책이라해서 큰 기대를 안고 구입했지만 실망스럽다. 누누이 지적했듯 사상가의 핵심 개념에 대한 설명이 너무 허술하다. 몇몇 빠들의 이해할 수 없는 찬사와는 달리 이 책만으론 절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중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배세진은 번역 실력에 있어선 어떨지 몰라도 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미흡하다. 꼼꼼이 숙독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을 호평하는 이들은 정말로 본인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의 핵심 개념을 마스터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보기엔 허명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 철학은 지극히 난해하다.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사상가들의 개념들을 쾌도난마 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시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가령 선배 지식 수입상인 이정우 같은 학자들의 저서와 글쓰기 또한 문제점이 많다. 평생을 프랑스 철학 공부에 매진한 학자마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란 얘기다.
하지만 배세진은 그 문제가 많은 선학들보다 내공이 더 부실하다. 이정우 같은 선배들이 프랑스 철학을 수입하기 시작한 게 90년대부터이니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그렇다면 배세진 같은 소장 학자들은 당연히 청출어람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젠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선배 학자들보다 못하면 어쩌잔 얘긴가. 가령 <객관적 선험철학 시론> 같은 이정우의 저서들을 보면 최소한 중요 사상가들의 개념에 대해 뭔가 규정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의 흔적이라도 보인다.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된 메시지 전달이 안 되긴 하지만. 그런데 배세진의 글은 걍 두루뭉술 중요 개념들을 깔아뭉게고 개진되고 있다. 실속 없는 현학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푸코가 말하는 담론이 뭔지 알고 싶다면 차라리 이진경의 <철학의 외부>, 언표에 대해선 <노마디즘>을 참고하라.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이 있지만, 차라리 이진경의 글이 개념 정리가 더 명확하다.
물론 이진경의 글쓰기 또한 불완전하다. 예들 들어 "동일한 형성 체계에 의해 조직화된 언표들의 집합"인 담론(역사적 아프리오리)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제약)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을 못 하고 있다. 또한 언표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조직화돼 담론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 또한 얼랑뚱땅 대충 넘어가고 있다.(나는 이런 부분들을 알고 싶어서 배세진의 강의책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배세진의 알쏭달쏭한 글쓰기보단 더 낫다는 얘기다. 푸코가 말하는 언표와 담론이 도대체 뭔지 대략적인 수준에서 가늠할 수는 있을 것이다. 푸코의 저서 어디가 출처인지 레퍼런스도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