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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 ㅣ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평점 :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또 한 권의 역작이 나왔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용기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그 용기에 대한 책. “용기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
작가의 창작노트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눈이 외면하고 침묵할 때 폭력은 더욱 거세지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누군가 용기를 낸다면 그 용기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폭력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학폭 미투’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지금, 많은 이들이 피해자들의 폭로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있다.
학교 폭력을 그저 ‘해프닝’으로 여기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폭력의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옅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조금이나마 피해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시대가 된 건지도 모른다.
대략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간 벼리는 어느 날 우연히 엄마의 눈에 띈 은사리 폐가로 이사 준비를 하게 된다.
집을 수리하던 중 벼리는 지붕이 내려앉은 작은방에서 오래된 붉은 무늬 상자와 낡은 가죽 구두를 발견한다.
은사리 폐가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 벼리는, 괴롭힘 당하던 태규를 도와준 이후 학교에서 겉돌던 세나와 함께 상자를 열어본다.
그들은 상자 속에서 다이어리와 시화집, 피노키오 인형을 발견하고 상자의 주인이 이 집에 살았던 죽은 열일곱 살 ‘강여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누군가의 비밀, 끝나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
편견과 혐오가 일상이 된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순수한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 책 속으로:
별목련나무의 꽃눈은 조금 더 부풀어 올랐고, 더욱 붉어진 단풍나무의 줄기 끝에는 이슬방울이 말갛게 맺혀 있다. 모과나무 둥치는 푸르스름한 빛을 더해가고 마당 수돗가 배나무도 어제와 다르게 꽃눈이 부풀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하늘과 지붕 사이는 누르면 쑥 들어갈 것 같은 안개로 자욱했다. 나무들이 숨을 쉬며 뿜어내는 기운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상자 안에서 다이어리를 꺼내려다가 통째로 들고 뒤꼍 너럭바위로 향했다. 그런 나를 엄마 아빠가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런 뒤 베어낸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두텁게 쌓인 낙엽을 긁어내었다.
엄마가 뒤꼍 너럭바위에 파라솔을 펴놓고 의자를 놓았다. 거기서 점심을 먹기도, 엄마가 허리를 펴며 차를 마시기도 할 것이다. 엄마, 아빠가 새삼 고마웠다. 나의 안락한 의자와 파라솔이 되어준 것 같아서.
P.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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