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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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작년만 해도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였으며, 통계상 37분당 한 명씩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중에는 투신을 했다가 채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부서진 몸을 끌고 옥상으로 올라가 몸을 다시 던진 경우도 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이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묘지가 사람들의 생활공간 가까이에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인간 조건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리쿠르고스 Lycourgos(스파르타의 입법자)가 그토록 말했건만, 오늘날 사람들은 되도록 죽음을 외면한다.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을 목전에 둔 할머니와 손녀의 마지막을 그린 단순한 신파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뻔하디뻔한 신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단한 작가의 문장이다.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정제된 단한 작가의 문장은 나를 떠난 사람과 나를 떠나게 될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홀로 남겨진 홀로 남겨질 나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사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책이였다.

📚 책속으로: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안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척한다. 나는 안나가 나에게 자꾸만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기는 것이 싫다.

나는 안나가 자꾸만 나에게 열심히 살라고, 분명 너는 성공할 것이라고, 씩씩하니까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싫다.

나는 안나가 자주 자신은 이제 살 만큼 살았다고 말하는 것이 싫다. 갈 곳이 정해진 것처럼 구는 것이 싫다.

그냥 하는 말일 텐데도 안나가 하는 모든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나도 싫다.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대체 뭘까?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일까?

P.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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