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반사경이자, 다가올 내일을 보여주는 미래경이자, 무엇보다 이야기 그 자체로 매혹적인 황홀경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리타분한 시대 관습을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로 그려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가볍게 출발해, <우리가 멈추면>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에서는 현실의 문제들을 거대한 메타포로 치환한다.지금도 끊이지 않는 젠더 갈등과 온갖 혐오 문제를 다룬다. 현실과 지독하게 닮은 이 상황들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을 옥죈다. 익숙한 패배의 모양으로 매듭지어지는 현실을 떠올리려는 찰나, 다음 단계로 도약한다. 우리가 아직 딛지 못한 미래 너머로 도달한 이야기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선택지다. 두꺼운 책인데 생각보다 금방 읽힌다. SF로 감동받을 때의 감정은 조금 특별하다.우리는 현재에도 많은 문제들 속에 살지만 이보다 나은 미래는 어떤 SF 소설에서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늘 얻는 게 있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그 안에서 우리는 매번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단박에 찾아내게 된다.📚 책속으로:우주라는 책의 이야기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다시 첫 페이지가 나타날 거라고 거기서부터 이 모든 일이 다시 똑같이 반복될 거라고 말이야 만약 시간이 잡혀 있다면 나는 너에게서 멀어지는 동시에 너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야 언젠가 나는 우주의 끝에 다다른 대고 이야기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은화를 구하고 다시 너와 제외하게 될 거야.#너의다정한우주로부터 #이경희 #다산책방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