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김형호 지음 / 틈새책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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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내가 자랐 던 시절에는 때 이문세 별이 빛나는 밤에 ,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줄곧 들으면서 자라 왔다.

허름한 대우전자 라디오에서는 어부였던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고, 70~80년대 광산 지역 유행했던 붐 박스에서는 “오늘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 하는 광부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들린다.

‘괴벨스의 주둥이’라 불리는 독일 국민 라디오에는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가려는 나치 독일의 야망이 보이고, ‘우리 동네 이름’을 라디오 모델명으로 명명하는 어느 독일 라디오 회사의 행동 속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지역 사회와 향토 기업의 관계 설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라디오는 연극에 비해 더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동시에 더 노출되는 기술을 재현한다.

라디오는 아직 연극처럼 고전 시기를 겪지 않았다. 라디오가 장악하고 있는 대중의 규모는 훨씬 더 크며, 무엇보다도 기계장치의 근거인 물질적 요소들과 공연물의 근거인 정신적 요소들이 청취자의 관심사에 맞게끔 서로 아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이 책은 라디오라는 물건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읽는 책이다.

라디오라는 물건이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그리고 사회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하고 무슨 유산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디오는 라디오 방송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잠시 쉬고 있다 해도 라디오는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사라지지 않을 물건을 보고 배우는 것, 그것이 라디오의 매력은 아닐까.

📚 책속으로:

1950~1960년대 태어난 라디오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을 넘어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볼륨을 돌릴 때마다 잡음이 나면 귀먹은 어르신을 보는 것 같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거나 주파수 창에서 신호가 밀리는 라디오를 볼 때면 기억력이 좋지 않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전원마저 켜지지 않는 라디오가 수리를 거쳐 작동하면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난 것 같다. 이런 희열 때문에 가끔 밤늦게까지 고장 난 라디오와 씨름한다.

수술실의 의사처럼 집도하는 자세로 작업을 마치고, 라디오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기계도 생명이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P.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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