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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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고련과 시련 속에서 맑은 봄날이 찾아오나 싶었으나 오히려 더 큰 시련이 찾아오는게 나의 인생과 비슷해서 재밌게 읽은 책이다.

“소설을 읽으며 장엄호텔을 생명처럼 느꼈다. 낡은 것은 고치고 막힌 것은 뚫고 고칠 수 없는 것은 감당하면서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나의 삶과 비슷하다고.”_ 최진영(소설가)

이 책은 얼굴도 이름도 없는 ‘나’가 인적이 끊긴 늪지대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 ‘장엄호텔’을 지키며 분투하는 이야기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호텔을 세운 할머니가 죽고 ‘나’는 장엄호텔의 주인이 된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언니들을 데리고 불쑥 떠”났고 “장엄호텔 떠나지 않았던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어머니가 죽고 들이닥친 언니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호텔이 “제 안방인 양 산다.” ‘나’는 “무엇보다도 장엄을 먼저 생각”하며 호텔 운영에 힘쓰지만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늪은 “모든 걸 썩게 만드는 습기”를 내뿜고 남루한 호텔은 그 공격을 견디지 못한다.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온갖 해충이 들끓으며 쥐 떼는 병을 옮겨 호텔에 방문하는 모두를 앓거나 죽게 만든다.

“항상 배경 속에 희미하게 서 있”던 어머니와 “지팡이를 짚고 아주 꼿꼿이 서 있”던 할머니도 죽었고, “결코 완쾌된 적이 없”이 늘 병들어 있던 아다와 “오지 않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배우의 꿈에 매달리던 아델도 죽었다.

폭우가 물러진 땅을 헤치고 시신을 쓸어간 덕에 “할머니와 언니들은 늪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종기가 돋고 굽은 몸으로 호텔을 조금씩 정리해간다. 이렇듯 “산 사람은 계속 사는 거다.” 어려서 호텔을 떠난 언니들도 결국은 장엄에서 죽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영원히 이어지는 불행의 세계.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닳고 닳을지언정 끊어지지 않는 그 선명한 생의 의지 위로 장엄한 네온사인이 비친다.

#마리르도네 의 소설은 자질구레한 불행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작가는 오물을 토해내듯이 대화와 감정이 배제된 서술을 꾸역꾸역 뱉어낸다.

죽음마저 무심히 이야기하는 둔중하고 서늘한 문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다.

늪에 빠져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주변 사람들이 시름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우두망찰 지켜보는 화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책속으로:

늪지대 어디에서도 장엄이 잘 보인다. 밤이면 네온사인이 빛나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하늘과 눈 위에 두 점이 있다. 그건 장엄의 네온사인이 반사된 빛이다.

P.S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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