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37년 만에 재심법원은 원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이미 사형된 두 명은 불귀의 객으로 재심 결과를 알 수도 없었고 김상회의 부친 김재명도 부인의 산소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으며 이 소식을 들은 딸 김옥련도 장례를 치르고 농약으로 생을 마감했다. 7년형을 받고 만기출소한 김달회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진창식의 장인도 사위와 딸의 고초를 보다 못해 자살을 선택했다. 사건 관련자와 그 주변에서 무려 네 명이 자살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 역시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가까운 이들로부터도 배척되어 온전한 삶이 불가능했다. 수십 명의 삶을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나게 한 간첩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들을 간첩으로 규정했다가 다시 무죄를 선고한 사법기구를 비롯한 국가란 무엇인가?국가 보안법 중에 불고지죄 [ false charge , 不告知罪 ] 라는게 있다. 반국가활동을 한 사람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성립하는 죄이다.국가보안법에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한 자, 즉 반국가사범을 신고하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국가보안법 제10조).이 책은 이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을 기원에서부터 전개와 실상, 이후 피해자들의 삶,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고 깊이 있게 파헤친다.아직 그 사건의 피해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을 고문했던 수사당국 관계자들, 그리고 구형을 했던 검찰들, 판결을 내렸던 판사들. 다 살아있다.그분들, 책임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늦었지만 사과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아무쪼록 이 책이 40여 년 전 삼척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길 바란다.* 재단법인 들꽃은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받은 보상금의 일부를 종잣돈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재단의 설립을 위해 고문‧조작의 피해 당사자들과 인권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해온 각계 인사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책속으로: 간첩사건을 조작한 국가의 책임을 사후에 묻는 일은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 결과는 피해자를 즉각적으로 규정한다. 이른바 회복적 정의가 이미 사형당한 사람들을 회복할 수는 없다. 설령 오인과 조작이 밝혀진다 해도 무언가 빨갱이 같은 구석이 있었으니 그렇게 당하게 된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은 더더욱 끔찍하다.#삼척간첩단조작사건 #책과함께 #역사 #한국근현대사 #책 #책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