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칠 년을 살았다. 그게 내가 누군가와 살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다.간만에 소설같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일상에 온기가 불어넣아 주는 소설이다.이 책은 비슷한 이름과 생일을 가진 노라와 모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와 동거동락하고 있는 노라와 아빠와 살고 있었던 모라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으로 가족으로 묶이게 되지만 그 가족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선뜻 손 내밀지 못했던 존재들의 희미한 삶 한가운데로 우리들을 인도해 낸다. 우리의 이웃이자 나 자신이기도 한 세상의 모든 ‘노라와 모라’ 들에게 말이다. 그의 작품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관계는 바로 ‘엄마와 딸’, ‘아빠와 딸’이다. 혈연과 서류로 묶인 가족이 온전히 하나가 되지 못하고 다시 혼자가 되고 마는 중에 ‘죽음’을 계기로 삶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개인들의 역사가 어떻게 지금 이 사회에서 온전히 일어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소설의 주인공 ‘노라와 모라’는 위태롭게 소외와 학대의 경계를 지나는 이 사회의 약자들과 닮아 있다. 각자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인생의 순리는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똑같이 부여된다. 그렇기에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생명의 몫은 때때로 가혹하다. 하지만 “혼자서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인물의 속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희미한 연결고리가 있다. 작가는 ‘노라와 모라’를 통해 우리가 간직한 아픔과 외로움이 기실 모든 인생의 본질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공감을 통해 타인을 향해 마음 여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 책속으로 :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더 자고 싶었다. 뭔가가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온 건 내가 다시 잠이 들던 순간이었다. 차고 낯선 감각이 팔뚝과 등허리에 닿았다. 흠칫 놀랐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고 말랑말랑한 그 감각이 모라의 손이고, 다리고 몸이라는 걸 닿는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모라와 내 숨소리가 섞이는 게 느껴졌다.#도서협찬 #노라와모라 #다산책방 #책 #글 #김선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