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 언제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실의 이야기

“제가 사는 나라는,'백 개의 가문이 바다를 이루다.'는 뜻을 가진 이름, '백가제해'로 씁니다. 줄여서 '백제'라고 흔히들 부릅지요.나라 이름의 뜻처럼 ,우리는 공주님의 고향에서 본다면 바로 동쪽의 바다를 경영하는 국가,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 죽는 바다의 사람들이 모인 나라입니다.”

이 책은 역사,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미학, 군사학, 건축, 테마파크, 영화방송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지식과 삶의 향연인 동시에, 신과 인간의 관계, 환상과 실재의 교차, 이 모든 것들을 장중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워 그려낸 거대한 이야기이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신문사 기자인 나는 향단고택 발굴과정에서 나온 고대 문서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문서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전말을 추적하며 사건의 베일들을 차례로 벗겨낸다.

향단고택의 비밀을 깨닫자 친구 한수혁이 겪은 모든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나는 숙명같이 이끌린 이 이야기에 매달리며, 고대 인도와 향단을 잇는 연결고리인 「도마전언서」와 빛나는 ‘홍옥석(루비)’, 그리고 방송국에서 지리한 삶을 살던 수혁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천 년 전 인도아대륙의 한 영역, 개혁과 투쟁, 그 결과인 전쟁의 패배. 상인 압바네스의 배를 타고 왕국을 탈출한 하바수네얀 공주는 한반도의 한 영역에 발길을 내딛는다.

그리고 장대한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드라마 C스튜디오에서 시작되는 이천 년 후 주인공 한수혁의 이야기.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며 헨리 유가 내민 손을 잡은 수혁은 운명 지워진 모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작가는 20세기 시작할 즈음에 혹자(或者)께서 한 마디 던진다. “신은 죽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 같이 외친다. “절대적인 건 없어. 상대적이야!” 이 외침을 들으며 식자(識者)들은 부채질하듯 한 마디 더 붙여 준다.

“진위(眞僞) 구별은 없고, 기원이 불명료한 의미들이 표류한다네.” 그러자 모두가 인간적인 것들은 실패했다고 머리를 감싸 안고 좌절한다. 그런데, 언어는 의미를 잃고 차이만 표류하고 지연되는 중이라 지적한들 그게 어쩌자는 거냔 말이다.

결국, 세상 삼라만상이 다 말장난이고 무의미한 것이 된다는 극단적인 사설이 되는 판인데, 그것을 계속 강조한들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다. “그러니 어쩌라고!” 그래서 다시 로고스(Logos)를 복귀시키기로, 신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작가는 ‘해체’를 해체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된다. 소설 만들기가 시작되던 14년 전 그 당시, 다른 모든 것들이 너무도 힘든 상황이라 마음 놓을 데가 없었기에, ‘내가 지금 쓰는 것만이라도 내게 유의미한 것이 되어야 한다!’라는 절박감에 작가는 사로잡혀 있었다. 이렇게 ‘해체’를 해체하고자 결심하고 나니, 이런 말들이 작가 한율의 머릿속에 불쑥 떠오르게 되었다.

‘인간의 선한 의지, 굴복하지 않은 용기’ ‘의지’, ‘용기’, ‘굴복하지 않는’ ‘선하다’ 이런 말의 의미들로, 결코 표류해서는 안 된다는 갈망을 작가 한율은 결국 자신의 소설 속에 담고 있는 셈이었다. 당시에, 불혹(不惑)을 갓 넘긴 작가의 마음속은, ‘절망’이란 단어가 만들어낼 ‘표류하게 되어버림’이 너무나도 싫었다.

장대한 장편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총 18부 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다음 책이 기대되는 작품이였다.

#오딧세이1 #한율장편소설 #문학세계사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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