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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통쾌한 농담 - 선시와 함께 읽는 선화
김영욱 지음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던 고전은 재미없고 어려운 옛날 책으로만 느껴졌다. 극히 일부 내용만 발췌되어 있는 데다가 딱딱하고 지루한 해석을 단순히 암기하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은 수천 년 동안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읽혔고, 앞으로도 불멸할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현재 우리의 삶에 그 무엇보다 명료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고전 속 인물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미래를 조금 더 선명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옛글에 ‘바람이 꽃을 스치면 향기를 발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내 글이 빈 여백의 공간을 채우면서 담담한 글의 향기를 발하길 염원한다”면서 “언어의 속도는 더디지만, 덜어내고 비워내고, 억지로 여백을 채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옛 그림을 통해 하루를 반추하는 글의 향기가 읽는 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선화(禪畵)는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의 교리나 선종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을 말한다. 선종은 자신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깨우치고 철저하게 밝히는 것을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본다.
정신적 체험의 경지를 직관적 시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선화다. 다시 말해, 말이나 글로는 묘사될 수 없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회화적 은유에 가깝다.
또한 단번에 깨닫는 ‘돈오(頓悟)’를 강조하는 선의 정신답게, 화면에 담긴 필선 역시 거침없고 간결하다. 먹선과 담채, 그리고 여백이 만들어낸 세계를 응시하다 보면, 고즈넉한 산사를 깨우는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의 모습이 있지만, 늘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에 얽매인다. 그러나 그 모습 또한 ‘나’의 모습인 것이다. 본래의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애써 분별하지 않아도 된다. 내 이름을 버리고, 내 직업을 버리고, 내 나이를 버렸을 때, 남는 것은 오직 본래의 나인 것이다. 과연 본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_<동산도수도>”
“한 사내가 뒷짐 지고 고개 들어 달을 바라본다. 둥그런 흰 달이 내뿜는 달빛에 취한 듯 입을 크게 벌리며 헤벌쭉 웃고 있다. 그 모습이 참 편안하다. 정돈되지 않은 산발한 머리와 굵고 강렬한 필치로 그린 투박한 의복에서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_<습득도>”
“깨달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깨달음은 특별한 화두와 수행을 통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과 고요한 자연에도 깨달음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도(道)의 법이 자연에 있고, 선(禪)의 뜻이 일상에 있다._<산중나한도>”
P.S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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