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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초니에레 51~100 ㅣ 작가와비평 시선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은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1304∼1374)의 이탈리아어 서정시집이다.
원제는 《계관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속어단편(俗語斷片)÷이다. 작가는 이탈리아 인문주의의 선구자로서 다수의 라틴어 저작을 남겼고, 당시 속어인 이탈리아어로 된 것을 표면상 멸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 작품에는 정도 이상의 애착을 가지고 죽기 직전까지 몇 번이나 퇴고(推敲)를 거듭하였다.
현존의 고본(稿本) 3종류 중 바티칸본 3,195에 의하면 전체 366편으로 되었고, 이들이 대체로 제작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나 입체적 구조성은 없다.
내용은 남프랑스의 금발의 가인 라우라(1327년 아비뇽에서 작자가 만난 실재의 여성이라는 설과 작자의 우의적인 상징이라는 설이 있다)에 대한 시인의 동경을 노래한 사랑의 시가 대부분이고 그 밖에 정치시가 있다.
후기 르네상스 이후 내용을 생각하여 <마돈나 라우라의 삶에 바치는 시> <마돈나 라우라의 죽음에 바치는 시>의 부제를 붙여서 둘로 나누었는데, 라우라를 바라보고, 공상하고, 빈약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반복 중에 시가 생겨난 핵심이 있고, 라우라는 사랑하고 실망하며 노래부르기를 즐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집에 의하여 그는 근세 서사시의 기초를 쌓아 확고부동한 명성을 얻었다.
서양 시 형식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식 중 하나인 소네트는 프로방스 음유시인들의 연애시로부터 영향을 받은 시칠리아의 궁정 시인들에게서 생겨나 페트라르카에 의해 가장 세련되게 완성되었다.
페트라르카가 확립한 소네트 형식은 ‘이탈리아풍 소네트’로 불리며, 소네트 형식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풍 소네트는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어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에 정착되었고, 폴란드를 통해 슬라브 문학으로도 퍼져나갔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지역 중 소네트가 가장 많이 발달한 곳은 영국으로, ‘영국(셰익스피어)풍 소네트’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 이탈리아풍 소네트와 함께 2대 소네트 형식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국풍 소네트 역시 출발은 페트라르카풍 소네트의 모방이었다.
특히 ‘불처럼 뜨겁고 얼음처럼 차갑다’와 같은, 영국풍 소네트에 셀 수 없이 등장하는 직유법이나 16세기에 유행했던 연작 연애시는 모두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에서 따온 것이다.
페트라르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칸초니에레』에 실린 시는 총 366편으로, 그중 317편이 소네트이고 이들 대부분이 라우라에 대한 사랑을 읊은 것이다.
라우라의 삶과 죽음이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칸초니에레』는 라우라의 생전과 사후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라우라의 생전 부분에서 페트라르카는 매우 인간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후 부분에서 라우라는 화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어머니와 같이 따스하고 온화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 시들에서 페트라르카는 라우라의 아름다움과 미덕을 찬양하는 동시에, 그녀의 냉담함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기 영혼의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칸초니에레』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들로 가면, 아름다움과 정열의 덧없음을 깨닫고 신에게로 귀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뤄진 사랑의 방향과 이뤄지지 않은 사랑의 방향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이뤄지면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사랑이 이뤄지지 않으면 못 이룬 사랑 생각에 뒤로 얼굴을 돌리고 다른 방향으로 간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은 항상 뒤에 남겨 놓는 것이 있어 뒤를 돌아보게 한다.
📚 책속으로:
노래여, 달콤한 그곳에서
우리의 숙녀를 본다면,
그녀가 사랑스러운 손을 내밀리라는 것을
그대도 알고 있음을 내 아느니,
나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손을 잡지 마오. 다만 그녀 발밑에 무릎 꿇고
가능한 한 그곳에 있겠노라고 그녀에게 말해 주오.
벌거벗은 영혼으로든 살과 뼈뿐인 육체의 인간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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