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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ㅣ 생각의 시대 1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기원전 8세기 이전의 그리스인들은 수학에서뿐 아니라 문명 전반에서 당시 이집트인들에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건축과 천문학에서는 그들보다 800년이나 전에 살았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에게도 뒤졌으며, 법률과 문학에서는 자신들로부터 1,200년이나 멀리 떨어진 수메르인들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 서양은 어둠 속에 있었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8세기가 되자 갑자기 달라졌다. 무슨 영문에선지 에게해 부근에 살았던 그리스인들이 우리가 이 책에서 생각의 도구라고 부르고자 하는 생각들을 하나둘씩 개발해 부지런히 갈고닦기 시작했다.
메타포라(metaphora), 아르케(arche),로고스(logos), 아리스모스(arithmos), 레토리케(rheorike)등이 그것이다.
우리말로는 각각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로 번역되는데,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의미가 달랐다. 그리고 이것들이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창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을 제공했다.
그러자 곧바로 놀라운 일들이 시작되었다. 생각의 도구들은 먼저 그리스에서 합리적인 지식, 창조적인 예술, 그리고 민주적인 사회 제도를 생산해 오늘날에도 누구나 경탄하는 그리스의 황금기(기원전 450~기원전 322)를 일구었다.
이후 그것들이 헬레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로마로 들어가 다시 로마 문명을 번성케 했고, 마침내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구축해냈다. 그리고 근대 이후부터는 그 문명이 차츰 인류 보편문명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렀다.
생각의 도구들은 처음에는 문학에서 다음에는 수사학에서 그 다음에는 논리학에서 생겨나 갈고 다듬어졌다.
그러면서 고대 그리스 문학, 예술, 학문의 지적 특성을 결정했고,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
그리스의 자연적, 역사적 환경이 폴리스라는 정치적 제도를 낳았다. 그것이 토론과 논쟁에 몰두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생각의 도구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도구들이 경이로운 고대 그리스의 학문과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를 일구어냈다.
생각을 수입해서 쓰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을 수출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구글이 알파고 이벤트를 펼친 것도 결국엔 AI기술을 수출하고자 함인데 그것이 곧 생각의 수출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508페이지의 벽돌 🧱 책이다.
📚 책속으로:
이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시대까지 누적된 지식을 습득하여 그것에 의존하여 살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누가 어떤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관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는 데다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에 합당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한마디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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