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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심리학 -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발터 슈미트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는 100여 년전의 자서전적 저서 #이사람을보라 #ecce_home 에서 이미 우리의 물음에 답을 주었다.
풍요로운 정신활동의 결실을 추수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충고 했다.
“될 수 있는 한 앉지 마라. 야외에서 태어나지 않은 믿음, 근육이 축제를 벌이는 자유로운 움직임 가운데서 태어나지 않은 사상에게는 단 한 조각의 믿음도 주지마라.” 앉아만 있는 육체는 “성스러운 정신에 반하는 원죄” 이며 “오직 걸어서 얻은 생각 “만이 가치가 있다고 했다. 뇌 🧠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 니체가 남긴 말이다.
최근 집이나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려는 1인 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 인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은 잠자고 밥 먹는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정서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욜로족’과 ‘휘게 라이프’의 유행도 그러한 맥락의 트렌드이다. 우리는 어디에 자리를 잡고 타인과 사물로부터 얼마만큼 간격을 둘지 늘 심리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공간에 머물거나, 공간을 이동할 때 편안함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 영역을 두고 다툼이나 갈등이 싹트기도 한다.
우리는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친밀한 사이일지라도 공간과 시간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근접 거리가 바뀌기도 한다.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허락 없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신체에서 45~50센티미터까지가 ‘밀접영역’, 50센티미터에서 약 1.2미터까지가 ‘사적영역’, 1.2미터에서 3미터 사이가 ‘사회적 영역’, 더 먼 거리인 3.5미터 정도의 구간은 ‘공적영역’으로 구분한다. 사회적 영역에서부터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고(물론, 상황에 따라 그 거리는 유동적이다), 사적영역은 호감도를 가늠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친한 사이라도 자칫 밀접영역에 함부로 침범했다가는 신고를 당할 수 있다.
이 책은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행동과학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그곳은 그저 우연히 선택된 것이 아니며, 엄연한 심리학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생물학적 원인까지 더해진다.
우리는 아직도 석기시대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많은데, 그 옛날 동굴을 차지하려는 곰을 피해 언제든지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는 원시인처럼, 현대인들 역시 침대의 위치를 정할 때 똑같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 책에 쓰인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에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가령 남자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좀처럼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서 볼일을 보려고 하지 않는데, 저자는 성장기에 심리적 배뇨장애의 경험을 했거나, 동성을 일단 경쟁자로 보는 남자의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그밖에도 공간심리와 관련된 50가지나 되는 다양한 사례 연구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는데, 이 책 덕분에 나 자신과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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