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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인간의 욕망과 고뇌
책은 제법 두껍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성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올 한해 최고의 SF스릴러 책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이 책은 머리카락 한 올, 입속에 넣었던 면봉 하나로 완벽한 행복을 보장하는 연인과 연결해주는 가상의 사업, ‘DNA 매치’가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스릴러 이다.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고든 심리 묘사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다.
장르적으로는 당장 한 페이지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는 로맨스, 언뜻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디스토피아라고도 할 수 있는 입체적인 세계관의 SF까지 환상적으로 버무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종합 세트를 완성한다.
소설 속 ‘DNA 매치’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한 도구적 장치가 아닌, 사랑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인간 본성을 잘 드러내는 설정으로 활용된다.
‘DNA 매치’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관계로 추앙받지만, 인물들이 거기에 반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아기를 갖는 게 꿈이던 맨디는 매치인 리처드를 찾은 뒤 매일같이 그의 SNS를 염탐하며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리고 건강한 육체를 엿본다.
리처드가 죽고 냉동 정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우성 유전자를 타고났을 그의 아기를 선뜻 갖기로 한다.
제이드는 케빈이 자신의 매치라는 사실을 알지만, 앙상하고 머리가 벗겨진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설렘이 일지 않는다. 또한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는 경찰인 에이미가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는 데 희열을 느끼며, 그녀를 예비 희생자와 조우하게 하는 장난을 친다.
그러나 존 마스가 서로 다른 욕망과 결핍을 지닌 인물들을 시니컬하게만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인물들은 각자 결핍을 채우려 하는 한편으로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매치된 사람끼리의 관계든 매치되지 않은 사람끼리의 관계든, 자신의 감정과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까지가 사랑임을 실감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저지른 선택으로 인해 파국을 맞았을 때, 어떻게 해야 과학과 ‘DNA 매치’를 탓하지 않고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뇌한다.
이 소설의 압권은 우리가 알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결국 조작되고 허구였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믿고 싶었던 것 만큼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휘둘릴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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