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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ㅣ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책 페이지는 200쪽이 안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였다.
“어떤 감정은 곧잘 무시당한다. 여성이라서, 자식이라서, 부유하지 못해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겪는 어둡고 축축한 마음이 그렇다. 괴로움을 호소했다가는 너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문제는 별것 아니라고들 한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으로 되어있어서 여성들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의 사람들이 겪는 폭력은 익숙하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가가 보이는 상상력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이제 참지 않는다.
가족이나 보통의 삶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억압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좀비에 물려 잇자국이 남더라도 좀비는 없애야만 하고, 핏자국이 남아도 목에 걸리는 가시는 빼야만 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발칙한 상상력이라고 할 테지만, 현실에서 냉대받던 이들이 늘 품었던 상상이기도 했다.
단편 중 하나의 줄거리는 이렇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주연의 아빠는 좀비가 된 채로 집에 돌아왔다.
TV 뉴스에 나왔던 좀비 바이러스 1차 감염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엄마와 주연은 정부가 조치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빠를 데리고 있기로 하지만, 이미 인간의 이성을 잃은 아빠는 엄마를 제 먹이로 삼으려 든다.
수십 년 인생을 남편 뒷바라지에 바친 아내는 좀비로 변한 남편을 보며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무섭다며 울먹인다.
주연은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빠를 완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감염병 시대에 적절한 우화로서 뱀술을 마시고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부장들의 모습을 그렸다.
좀비가 된 후에도 식탁에 앉은 채로 아내에게 밥상 차리라고 호령하는 건 이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오버랩 나이프’는 시간 역설을 플롯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가정 폭력에 희생된 어머니를 구하려는 아들, 스토커에 쫓길 때 도와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교차한다. 그들에게는 운명을 바꿀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폭력이 한 가족의 인생에 남기는 결과는 참혹하다.
누구나 살면서 가족이 제일 어려운 관계 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겪는 작은 사회이다.
맞는 성격의 친구를 골라서 사귈 수 있는 학교나, 일 위주인 회사와는 달리 랜덤으로 배정된 관계를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지칠 수 있다.평생 화목하기만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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