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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 건강할 때는 건강을 모른다.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평소에 모른듯이 말이다.
“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체력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체력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
나이가 먹을수록 지속 가능한 삶을 좌우하는게 체력이라는 것을 요즘 지천명의 나이에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사이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헬스클럽, 요가, 필라테스, 복싱, 수영, 승마, 댄스, 스쿼시, 줌바, 스피닝, 아쿠아로빅 등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것 저것 체험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 책에서는 보통 여자들이 운동과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득한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의 온갖 훼방을 견뎌가며) 고무줄놀이를 했던 이후로 자발적으로 운동을 해본 게 언제인지, 그리고 그 운동의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보면 이유를 어렴풋이 추측해볼 수 있다.
정규교육 과정에서 대부분의 여학생은 운동의 즐거움을 알 기회조차 없었고, 학교 운동장은 남학생의 전유물이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대학 가면 살 빠진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쭈뼛쭈뼛 발을 들인 운동의 공간은 학창 시절의 바로 그 운동장과 다를 바 없는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기울어진 헬스클럽이 되었을 뿐이다. ‘건강’을 목표로 운동한다는 의미의 ‘헬스’클럽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에게만은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
‘건강한 몸’이 아니라 ‘아름다운 몸’, 즉 ‘마른 몸’이다. 이름도 이상한 ‘미용체중’은 건강을 담보로 내주며 처절하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임에도 기울어진 운동의 공간은 이를 여성이라면 누구나 도달해야 하는 이상적인 지점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몸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환경에서 운동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운동의 초점이 ‘내 몸’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내 몸’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마른 몸을 동경하며 무작정 트레드밀을 뛰고 식사를 걸렀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여전히 ‘앞벅지 굵어지지 않게’ ‘승모근 발달 안 되게 조심히’처럼 여성의 몸을 줄이려는 시도에 때때로 휩쓸리기도 한다.
당연하다. 우리는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동물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보통 여자들은 더더욱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내 몸을 만드는 주도권을 남에게 쥐어주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위할 때 우리의 운동은 처절하지 않더라도, 꾸준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경지에 오르지 않더라도 비로소 괜찮아질 것이고, 더 많은 보통 여성들이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몸을 움직이는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 책속으로 :
인성이라는 모호한 단어에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태도로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가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복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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