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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264 : 아름다운 저항시인 이육사 이야기
고은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7월
평점 :
✅ 저항시인 이육사에 대한 최초의 장편소설!
일제치하 30년째로 접어들면서 독립에의 열망이 근대의 욕망과 친일의 기세에 밀리던 1939년 가을, 종로 이정목 뒷골목의 작은 서점에 한 남자가 들어선다.
그의 이름은 이육사. 그해 여름 《문장》에「청포도」를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중인 시인이자 항일 저항 단체의 비밀요원인 그를 알아본 친구 덕분에 서점 여주인은 그와 짧고 강렬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육사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였던 서점 여주인은 어느날 밤 누군가에게 쫓기는 그를 골방에 숨겨주면서 밤새 긴 대화를 나누고, 며칠 뒤 고마움을 전하러 찾아온 그와 다시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이후로 그의 비밀스런 행적에 동행하고 그가 요양을 떠난 경주에도 찾아가면서 그의 삶과 문학을 깊이 알게 되고 그에게 흠모의 마음을 드러낸다.
의열단의 군관학교 졸업 동지였던 처남의 배신으로 아내와 냉담하게 지내고 있던 육사도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만, 나라를 배신할 수 없듯 아내를 배신할 수 없었기에 결국 그녀에게 한 편의 시를 써주고 북경으로 떠난다.
태평양 전쟁 이후 극에 달한 일제의 수탈과 만행 속에 그에게는 끝까지 가야할 길이 있었다.
동료 문인들이 줄줄이 변절하던 그 무렵에 정반대로 그가 걸어갔던 길은 퇴계의 후손으로 태어나 한학을 익히면서 내면화된 유교적 이상과 중국 유학 등을 통해 습득한 혁명 의식이 결합된 당위의 길이었다.
친구의 오빠를 통해 육사의 소식을 전해 듣던 그녀는 이듬해 그가 북경의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사망했음을 알게 되고, 그의 시신을 수습한 동지로부터 그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도 전해 듣는다.
그 이듬해 해방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분단과 전쟁을 거쳐 살아남은 자들의 비애까지 목격하며 살아온 그녀. 칠순이 되던 해에 마침내 그 모든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는데, 그 원고가 30년이 흐른 지금 조카의 손에 들어온다.
저항시인 이육사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1999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고은주 작가가 이육사 시인의 인생을 소설에 녹여냈다.
작가는 소설가적 상상으로 이육사의 숨겨진 여인을 소설의 첫번째 화자로 등장시켜 그녀의 기억을 따라 이육사의 삶을 그린다. 책에서 작가는 “투사와 시인, 전통과 신문화, 군인과 선비,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인생을 하나의 선명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총을 들 수 없을 땐 펜을 들었고, 펜을 들 수 없을 땐 총을 들었던 그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서 나는 매번 압도당했다”고 고백했다
이육사의 숨겨진 여인이 육사와의 첫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고 있다.
과거는 육사의 숨겨진 여인의 관점에서 현재의 공간에서는 그 여인의 조카의 관점에서 육사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가고 있다.
의열단에서 활동하던 육사 선생도 마음 터놓을 상대 어쩌면 기대고 싶은 상대가 있었는가 보다. 그 여인만 만나면 자꾸 말을 하게 된다는 고백은 이책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말이다.
나라를 잃고 가족도 잃고 가진 것을 잃은 육사의 외로움과 힘든 투쟁이 읽혔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득실거리는 창경원을 보며 분노하는 여인에게 육사는 말한다.
임진왜란시 선조가 궁궐을 버리고 도망을 갔을때 성난 민심은 궁궐을 불태웠다고 하며 이 시대에 궁궐이 무슨 소용이냐 오히려 동물원이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불태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육사는 이제 백성이 아니라 국민으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고 한다.
좋은 집안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남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육사의 선택은 결국 국가로 귀결된다.
이념도 정권의 획득도 아닌 독립된 나라에 대한 염원이 이육사의 희망이었고 신념이었다.
이를 위해 가진 것을 포기할 줄 알았던 남자, 귀하게 얻은 딸에게 옥비라는 이름을 남겨준 아비 그것이 그남자 264이다.
아직도 이육사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에 육사의 열망이 이루어지는 광야를 그려 본다.
#그남자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