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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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글로벌 거지 부부 >


자칭 ‘대한민국 사회 부적응자’ 박건우와 ‘일본 활동형 히키코모리’ 미키가 만나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하고, 오로지 느낌 하나로 결혼한 뒤,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칭하며 집도 절도 없이 인도, 라오스, 태국 등지의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68일간의 대만 도보 여행을 통해 걷는 사람들의 동물적 고민과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

저자 #박건우 는 1984년 생으로 필자와 거의 띠동갑 (12년) 인 인생 후배지만 결혼도 해서 여행도 다니는 모습이 솔직히 부러웠다.

난 50년간 연애한번 제대로 못하고 , 공부하고 일만 하다보니 장가 한번 못가고 😭😭😭.... 해외여행 한번 못가고 ...

무튼 이책에서 정말 대단한 부부를 만났다. 나는 이들 부부처럼 여행 할 용기는 없지만 이런 방식의 여행을 동경한다.

어디 1박 2일 여행을 가더라도 시간별로 일정을 다 짜고 각 종 비용이며 식사 메뉴에 이동 수단까지 모조리 정해놓고 떠나는 일반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방식의 여행이다.


이 책은 글로벌 거지 부부가 대만땅 1,113km를 걸으며 겪은 여행기이다. 소심하고 낮을 가린다는 부부에게서 어떻게 이런 용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특히 일본인 아내 미키는 사진으로 보기엔 엄청 연약해보이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도보시작일자와 이동거리, 마을 이름이 꼬박꼬박 기재되어 있어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풍부한 사진은 물론 사진마다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진다. 풍경이나 관광지 사진보다는 사람과 찍은 사진이 많다. 모두 여행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과 찍은 사진이다.

부부는 총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 시설 숙박, 8번의 민가 초대,7번의 카우치서핑, 1번의 민가 침입 등으로 숙박을 해결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지 모른다.

모르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의 숙박을 흔쾌히 허락하고 식사까지 대접하는 대만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훈훈하게 느껴졌다.

물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야영 또는 숙박 문제를 놓고 몇 시간씩 답변을 기다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소심하고 평소 먹는 데 별로 신경 안쓴다는 작가의 얼굴에 철판을 깔게 한 식욕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사람을 만난 이야기이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이들 부부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잘 곳을 내어주는 대만인들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부부가 함께 한 여행이라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미키를 작가가 스틱으로 뒤에서 떠미는 사진이 잊혀지지 않는다.

무심한 듯 챙겨주는 감동이랄까.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생각을 정말 오랜 만에 해본다.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 떠날 여행의 참고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들 부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도 나만의 소소한 도보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 책속으로 :

미키 신발은 주워왔어도 기능성이기에 그나마 낫지만, 내 신발은 단순 가죽으로 만든 것이기에 상태가 끔찍했다.

이를 대비해 챙긴 방수 양말은 내부의 막이 손상되어 모든 물을 흡수했다. 경험 부족이 초래한 잘못된 장비 선정이 실전에서는 감당이 되 지 않는 치명타로 다가왔다.

내일도 이 신발을 신었다가는 무좀을 불치병으로 달고 살 것 같은 예 감 속에 비는 그치질 않았다. 이 느낌들을 한데 모아 블로그에 적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로부터 신발과 후원금 을 보내준다는 쪽지들이 와 있었다.

실로 감격스러운 상황이지만, 마음만 감사히 받기로 했다. 해당 스폰서라면 모를까, 이 여행에는 여행을 꿈꾸는 개인들에게 후원받을 만한 공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도 대책 없이 걸었다. 들개들이 흰자를 부라리며 짖어대어 손에 돌을 쥐고 다니는 마당에 바람까지 거세니 야영이 내키지 않았다.

사원들도 아득히 멀리 있어 찾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는 예산으로 숙박 시설을 이용해도 된다는 점이 다. 어찌 보면 60일간 숙박비 ‘0원’이라는 진기록을 잘도 이어왔다. 이렇게 된 거 체력이 허락하는 데까지 타이중을 벗어나기로 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하면서 걷다가도 학교만 보이면 눈길이 갔다. 솔직한 심정으로 는 진기록이 깨지는 것과 숙박비 지출이 못내 아쉬웠다.

드라마도 이쯤에 서 구원의 손길이 등장해야 짜임새 있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그 짜임새를 포기하지 못한 나는 노골적으로 새 등장인물들을 현장에서 섭외하면 서 드라마를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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