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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 그림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설명을 보니 작자미상의 19세기 러시아 그림이라고 한다.
커다란 반지와 금화로 만들어진 목걸이, 돈을 생각나게 하는 청록색과 강렬한 빨간색.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그림 때문이었다.
책 제목은
영어로는 Merchant, Soldier, Sage : A New History of Power.
우리말로는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이다.
그림도 그림이었지만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라는 제목은 나를 좀 읽어줘라는 신호로 보였다.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 한참 유행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예전보다 돈의 위력이 더 강한데도 요즘은 잘 안쓰는 것 같다.
제목이 상인이 지배한다고 하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상인이 지배하는 이유와 시사점이었다.
예를 들면 유럽의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미국의 록펠러가?
뭐 그런걸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내용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했기에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는데,
저자가 하고자 하는 핵심이 뭔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목을 다시 봤다
우리글 제목이 아닌 영어제목을 말이다.
Merchant : 상인
Soldier : 군인
Sage : 현인
끝글자 운율을 맞춰서 써보면 위와 같이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인과 군인과 현인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번역자의 혜안이 들어간 제목이었는데, 내가 미처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의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던 것이다.
출발이 다르니,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이다.
만약에 상인, 군인, 현인....이렇게 제목이 되어 있었으면 내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라는 제목은 정말 잘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영어제목으로 이해하고 읽는다면 나 같은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은 상인쪽에 초점을 맞춰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좀 억지같은 내용이라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4장 똘똘이의 시대와 5장 다보스맨의 독주는 나름 괜찮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5장에 등장하는 중국부분은 다른 책을 더 읽어서 저자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도 계급제도로 알려진 카스트를 이책에선 사용하고 있다.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카스트의 뜻을 잠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영어로 사성(四姓)·계급·혈통·인종 등을 의미하며, 어원은 포르투갈어 카스타(casta:혈액의 순수성 보존)에서 유래했다. 인도에서는 '색(色)'을 뜻하는 바르나(varna), 또는 ‘바르나슈라마 다르마(Varnashrama-dharma)’라고 부른다. 브라만(Brahman:사제·성직자), 크샤트리아(Kshatriya:귀족·무사), 바이샤(Vaisya:상인·농민·지주), 수드라(Sudra:소작농·청소부·하인)의 네 가지로 분류된다.
아리아인(人)이 인도에 침입한 이후 베다시대가 전개된 기원전 1300년 전후에 성립되었다. 《베다》에 따르면, 카스트는 원래 출생이 아니라 직무와 교육의 자질에 따라 나뉘는 사회체계였으며, 사회를 평화와 번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아리아인은 카스트를 지식인 계급(브라만), 무사 계급(크샤트리아), 생산 계급(바이샤), 노동 계급(수드라)의 네 바르나로 구분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카스트 [caste] (두산백과)
또 현인-테크노크라트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니 테크노크라트에 대해서도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소유함으로써 사회 또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네이버 지식백과] 테크노크라트 [technocrat] (두산백과)
이 책에서 말하는 상인의 범주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기업인, 경제인 등 돈과 관련되면 상인으로 분류한 것 같다.
상인보다는 돈...이렇게 표현했으면 더 적절했을 법도 한다.
돈, 권력, 정치....이렇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 돈에 권력이 붙어 있냐 떨어져 있냐에 따라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아닐수도 있는 것 같다.
거기에 간간이 전쟁이 있었으니, 군부가 끼어든다면,
이 책 영어 제목처럼, 상인, 군인, 현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본다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하다.
이 책은 에필로그와 부록이 30여 페이지에 걸쳐 쓰여져 있다.
내게는 그 내용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저자의 관점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와 부록을 먼저 읽은 다음에 이 책을 봤더라면
엉뚱한 기대를 갖고 책 읽기를 시작 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