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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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발레 동작을 찾아보고 주석으로 읽느라 조금 더디게 읽혔지만, 섬세한 배경 묘사와 인물의 감정을 잘 나타내 읽는게 지루하지 않았다. 몰입감이 좋았다.
마치 발레 공연과 연습 장면을 보는 것 같았고, 같은 거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싸움을 지켜 보며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밤새들의 도시는> 주인공인 나타샤의 교통사고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과정과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하고 있다.
1막에서는 성장 과정을 나타내고, 2막과 3막에서는 성공의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다.
3막에는 단 몇 줄로 충격과 사고의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몇 줄로 성공한 발레리나를 고통의 시간으로 보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소설의 무지막지한 능력인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허무하게 끝냈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린 아버지.. 뭔가 조금 더 끝맺음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들의 도시>는 여러가지 키워드가 나온다. 발레, 가족, 우정, 사랑, 퀴어, 전쟁 등. 발레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가지 주제를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게 나타내 다시 한번 김주혜작가님의 대단함을 느꼈다.
다음에 나올 단편집이 기대가 된다.

- 나는 혼자였을까, 아니면 외로웠을까? 두 상태의 경계는 문턱 없는 문이었고, 나는 그 문을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넘나들었다.
-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그 간극이 대부분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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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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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개로 지루하지 않고 한국형 판타지라서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사극과 판타지의 만남으로 내가 알고 있던 판타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지만 신선했다. 
한복 입은 여인이 마법을 부려 생명체를 소환하는 장면들은 상상도 못해 본 것이었다. 
또 1부에서 2부를 넘어 3부까지 전장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면서 전술도 다양하게 나온다.
전장의 묘사가 잘 되어 있어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기병과 마법사>는 변방으로 쫓겨난 왕의 조카 윤해와 '자기가 보낸 서신보다 먼저 당도하는' 다르나킨의 이야기로, 최종은 파멸의 신전 안에서 나온 검고 사특한 짐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두 번의 겨울이 지나는 시간 동안 윤해와 다르나킨이 쌓은 그들만의 시간도 의미 있게 나와있다.
또 꿈 속에 등장하는 야인 여자 마로하와의 시간도 윤해를 성장 시킨다.
어쩌면 두 인물, 세 인물은 서로를 알아봐 주고 구원해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 먼 길을 달려온 기병과 마법사는 마침내 온전한 안식에 이르렀다.


- "기다리면 반드시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니. ... 그런 걸 기다리는 자에게는 기꺼이 믿음을 내어주고요."
- 궁지에서 벗어날 길은 궁지를 깨부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존재하지 않는 해법이나 다름없었다.
- "시간의 독으로 천천히 죽여버리는 거."
- 완벽하지는 않아도 가장 낫기는 한 방법일 터였다.
- 마지막 순간까지 성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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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를 구원하라
원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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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재치와 센스가 그득그득하다.
지루하지 않게 유쾌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뻔한 이야기 뻔한 결말이지만 작가의 말마따나
'아는 맛이 맛있다고 유명한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한 느낌으로 재밌는 법이다.' 
비슷한 느낌인 것이지 <파출소를 구원하라>는 원도 작가님만의 스타일이 분명 있었다.

<파출소를 구원하라>는 우당 파출소 2팀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파출소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팀원들의 이야기, 민원인들의 이야기 등등 유쾌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으론 파출소와 야구의 결합이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조합이다.
순경에서 경장이된 강송구는 만년 꼴찌 팀을 응원하는 야구팬인데 여기저기서 야구와 관련된 인생론이 펼쳐진다.
인생론을 읽다 보면 야구 무식인 나도 야구 팬이 될 것 같다.
-  3할까지만 할걸. 송구가 3할만 돼도 슈퍼스타 된다고 했는데.
- "그럼 야구인은 화를 어떻게 풀어?"
"야구 보면서 풀지."
"풀리는 거 맞아?"
"꼭 웃어야만 화가 풀리는 건 아니니까. 뭐, 길길이 화를 낸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방식이 긍정적이라곤 말하기 어렵겠지만 감정이란 게 곧이곧대로 나오는 게 아니잖아."
- 야구에서 구원은 지친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뜻이야. 멋지지?

전직 경찰관, 현직 작가가 쓴 <파출소를 구원하라>는 나에게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을 알려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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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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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허주은 작가님의 첫 작품으로 영미권에서는 2020년도에 출판되었다.

다모 '설'이 살인범을 찾는 과정을 그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범인이었다.
천주교 박해의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었다.

추리 소설이면서 역사 소설인 이 작품은 여러 요소적인 부분에서 흥미로웠다.
살인범을 찾고 천주박해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가족적인 요소도 가미 되어 있다.
다모 '설'이 언니의 부탁으로 오라버니의 무덤을 찾는 과정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설'의 가족사에 숨겨진 비밀도 있고, 다른 형태의 가족사도 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금방금방 읽혔다.
배경 묘사도 잘되어 있어서 조선시대를 생각하면서 읽으니 몰입도가 좋았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 너는 남의 말을 엿듣기만 하지 않니. 이 안에서 진실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용감하게 옳은 길을 가도록 해. 힘을 잃고 겁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차가운 뼈로 뒤덮인 이 땅에 낙원을 만들어주렴."



WITH.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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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문 매드앤미러 4
김유라.엄정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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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설정, 두 편의 이야기를 다루는 '매드앤미러'의 네 번째 책인 <없던 문>은 재미있었다. 술술 읽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우리 집에 못 보던 문이 생겼다.'라는 설정은 똑같은데 주체가 달랐고 접근하는 방식도 달랐다. 두 편다 엽기적인 것에는 놀랐다.

첫 번째 파트인 김유라작가님의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는 느닷없이 한 남성이 나타나 '방을 임대해 주실 수 있나요?, 임대해 주신다면 하루에 오백씩 드리겠습니다.'에 얼떨결에 허락을 한 영훈의 이야기이다.
한 인간이 돈과 현실, 문 속의 상황들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변해가고 그에 따른 현실적인 상황도 변해가는 것을 보고 철학적이라고 해야 할지.. 문 속의 상황들 때문에 호러 엽기라고 해야 할지.. 무튼 상황 묘사와 심리 묘사가 점점 집중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들었다.
- 스트레스를 풀 때 제대로 풀지 않으면 마음의 독으로 남아 두고두고 괴롭다고, 욕망을 해방시킬 땐 확실히 해 줘야만 다음의 절제에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 절박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이 꼭 신이어야 하는 법은 없지 않은가. 신에게 구하는 건 정상이고 악마에게 구하는 건 비정상인가. 어느 쪽이건 원하는 걸 들어준다면 그게 곧 신 아닌가?
-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신은 이런 사림이 아니었는데.
... 아닌가, 이게 원래의 나인가?
- "일곱 가지 죄를 가진 짐승은, 그것을 고쳐 나가면 인간이 되고 일곱 가지 선을 가진 인간은, 그것을 지워 나가면 짐승으로 추락하지."

두 번째 파트인 엄정진작가님의 '어둠 속의 숨바꼭질'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내용과 결말이어서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지.. 가족 이야기를 이렇게 접해본 것이 처음이라 충격 받았다고 해야 할지.. 무척 신선했다. 
숨바꼭질을 하면서 20년 전에 사라진 오빠를 따라 간 새로운 세계? 공간? 무튼 그곳에서 일어난 상황인데. 처음엔 뭐지? 했다가 점점 빠져들게 됐다. 
- " 지금이 꿈인지 아닌지 난 알 수 없어. 네가 살던 현실이라는 곳이 누군가의  꿈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어? 누구도 알 수 없지."
- "열쇠를 찾으려고 애쓰지 마. 길은 네가 만들면 돼. 내가 도와줄게."
... "이선아, 넌 할 수 있어. 너에게도 그런 힘이 있으니까.."

두 편을 읽고 느낀 것이지만 정말 세상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장르에 눈 뜬 기분이다.

그리고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남긴 미션을 찾아야 하는데. 미션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WITH.텍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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