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미덕
톰 라이트 지음, 홍병룡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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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논의의 요점 중 하나는 예수의 첫 제자들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의 부활과 새로운 창조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다름 아닌 예수의 부활이었다. ...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주제를 더욱 더 발전시켜 그리스도인의 '성품'과 '미덕'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 하지만 이 책은 이른바 '윤리'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흔히들 그리스도인의 행실에 관한 책에서 기대하듯이 모든 경우를 섭렵하는 규칙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오히려 나는 일반적인 성품이 어떻게 빚어지는지 구체적인 실례를 듦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성품이 형성되는 방법을 탐구하려 한다. ... 부류와 전통을 막론하고 내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독교적 미덕을 추구하도록 자극하고 격려함으로써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본래 하나님이 우리 마음에 심어주셨던 성품을 가진 인간으로 다듬어지도록 다독이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이다. 일차적으로 예배와 선교를 주 관심사로 삼고, 이 두 가지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써 우리의 성품을 가꾸어 가는 일이 바로 기독교적 미덕을 추구하는 일이다.                                                    (머리말 중에서) 
 

톰 라이트의 <기독교 여행>을 인상깊게 읽은 다음 집어든 책이다. 톰 라이트는 이 책에서 기독교 신앙이 인간의 삶을 뒤바꾸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 여기서 오해는 피해야 한다. 하나는 율법주의이다. 규칙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삶이다. 기독교 신앙의 깊이는 도덕을 뛰어넘는다. 따라서 율법주의에 귀결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내면성을 긍정하며 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계몽주의, 이성주의, 자아실현, 심리적 이해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기독교 신앙의 깊이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인간성을 그대로 긍정하는 것, 인간이 인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성서는 그것을 인간의 타락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미 세상은 타락한 인간이 함께 하는 '악'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 환경오염, 자본의 문제 등 인간성은 그렇게 긍정할 만한 것이 못된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주의깊에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이중적이고 포괄적이다. 하나님 나라의 삶, 곧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부터 이미 시작된 새로운 창조가 현존하는 미래다.

기독교 신앙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이유는 인간 스스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드러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에게 베풀어지는 은혜에 기반한다. 여기서 인간은 비로소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본래적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그 모습을 톰 라이튼 먼저 통치자와 제사장으로 말한다. 그것은 세상을 새롭게 하는 일,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새 창조에 동참하는 일, 궁극을 바라보며 이 삶을 사는 일, 예배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것은 현재 이 세상을 뚫고 들어온 새로운 현실을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현실의 언어로 이러한 삶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말한 양 갈래의 오해가 생겨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여기서 이를 이루어가는 것이 놀랍다. 그것은 절대 권력이 아니고, 무절제한 자유도 아니다. 이를 이루어가는 수단은 다름 아닌 사랑과 고난이다. 십자가의 소명이 담고 있는 신비이기도 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완전히 새로운 삶을 낳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러한 삶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리 없다. 이는 은혜를 통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결단과 선택, 훈련, 동참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톰 라이트는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이는 마치 새로운 언어를 익히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익히고 문장을 외우고 더듬거리는 과정을 거쳐나가면서 점차 그 언어를 몸에 자연스럽게 덧입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재차 강조하나 이것은 아무 생각없이 규율에 순종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인간의 마음을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수준에 이르기까지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마음이 새롭게 되는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삶의 습관과 방향이 통전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입혀지는 삶은 "사랑"으로 모아진다. 그것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보다 정확하게는 인간을 가장 온전하고 완전하고 성숙하게 한다. 그 삶은 성령과 더불어 맺는 열매로 드러난다. 이는 결코 자동으로 자라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다. 마음과 생각의 습관을 개발하겠다는 의식적인 결단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동시에 성령의 인도를 받아 율법 아래 놓이지 않는 자유가 있다. 참된 자유함, 위대한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톰 라이트는 이 모호하게 보이는 관계를 "규율과 미덕을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미덕의 틀 안에서 규율을 조망하는 것(331쪽)"이라 말한다. 이 삶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공동체적인 삶으로 확대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몸'에 주목하게 된다. 풍성한 다채로움과 통일성이 자리잡은 교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인간은 교회 안에서 공동체로서 예배를 드리고, 선교를 행하며서 통치자와 제사장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무이다. 기독교 신앙은 이제 더이상 단순한 가치 판단 기준이 아님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는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며 이루어가야 하는 것, 그래서 삶의 훈련이 필요한 미덕이다. 겸손과 인내, 박애, 순결이 요청된다.

이제 톰 라이트는 마지막 질문은 던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렇게 살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 그 미덕을 갖출 수 있는가? 그 대답으로 톰 라이트는 "미덕의 순환"을 제시한다. 특정한 활동과 실천의 순환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 순환 고리의 출발점에는 '은혜'가 있고, 그 목표점에는'영광'이 있다. 그리고 이 순환은 '정의'와 '아름다움'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 속에는 성경, 이야기, 본보기, 공동체, 실천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성경 속으로 들어가 그 드라마 속 배우가 되는 연습,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본보기를 찾는 연습, 공동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실천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이 때 저자가 중심으로 제시하는 것은 "예배"다. 예배 가운데 이루어지는 기도와 말씀, 성찬, 세례, 헌금 등이 그리스도인됨의 새로운 삶의 차원, 그 신비롭고 영광스럽고 위대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궁극의 현존을 이루어내는 중요한 실천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톰 라이트는 참으로 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470여쪽에 이르는 긴 이야기라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내용전개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핵심 주제가 편만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기독교 여행>을 떠올리면서 조금 더 간략하게 집약된 논의를 풀어내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 슬쩍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쉬움 보다 감사함이 더 크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율법과 은혜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그래도 좋은 실마리를 잡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 미덕의 순환은 그런 측면에서 교회에서 목회자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소명의 역할을 깊이 돌아보게 했다. 조금씩 조금씩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그렇게 온전하고, 완전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전을 일깨워준 것도 마차가지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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