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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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역설적인 존재다. '나'는 현실과 관념 속에서 헤메인다. 또한 완전성과 야만성, 이성과 욕망, 삶과 죽음의 역설이 주인공 '나'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순수함, 그리고 이를 향한 호기심은 파괴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어 도대체 구별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이 모든 것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성(性)적 정체성이 그 현실을 살아가야만하는 '나'의 실존 가운데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살아내기 어렵다. 그 결과 가면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분열이 일어난다. '나'의 말처럼 "영혼과 육체가 서로 다르다는, 두 분열의 단순함과 직접성(216쪽)"이 그것이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사랑, 영적인 것에 대한 사랑, 영원한 것에 대한 사랑, 플라토적 관념은 실존하는 '나'에게 가면을 덧 입혀 주었다. 그러나 그 가면은 도리어 실존의 불안을 증폭시키며 존재의 심연, 육체의 욕망을 더욱 날카롭게 할 뿐이었다. 그의 실존은 "가늘고 긴 종이를 꼬아 양끝을 맞붙여 만든 원과 같은 측량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겉인가 싶으면 속이었고, 속인가 싶으면 다시 겉이 되는(160쪽)" 순환 가운데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가면과 맨낯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가면이 곧 맨낯이 되고, 맨낯이 가면이 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관념은 남아 현실과 대결하고 불안은 증폭된다. '내'가 확인한 것은 그것이다. 역설적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불안한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내'가 극복하고자 했던 이것은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시리도록 슬픈 아픔 속에 그저 재확인하는 것에서 끝나고 만다. 이 소설의 마지막 글자 "1949년 4월 27일(228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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