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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교회사 - 교양인을 위한 13가지 기독교 신앙 이야기
이성덕 지음 / 살림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의 기독교회와 기독교 신앙은 역사의 과정 속에서 탄생하였으며,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역사적인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의 기독교적 정체성은 이러한 전통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인에게는 이 전통을 잘 알아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승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이 단지 과거의 것을 그대로 오늘에 재현하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전통이라는 것도 하나님의 말씀과 전승을 각자의 시대에 맞게 소통 가능한 언어와 사상과 제도로 재해석하여 현재화하려는 치열한 노력 속에서 탄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올바른 계승이란 바로 이러한 정신을 우리의 시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4-5쪽)
기독교가 역사적인 종교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적 관심, 그것도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이거나 인간의 욕망에 지극히 충실한 것이라면 그것이 배태할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그 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듯하다. 기독교가 역사적인 종교라는 것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절대절명의 확고한 권위를 가진 종교가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지독히도 종교적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모순을 겪어내고 또 겪어내 왔던 종교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기독교의 역사성은 그 모순의 발견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러한 역사적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접하기 위한 디딤돌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목에 충실하고자 한 책이다. 교양인들이라는 일반 독자들에게 - 물론 여기에는 기독교인들이 들어갈 것이다 - 역사적 종교로서 기독교가 어떠한 변천과정을 겪어 왔는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 되는 성서와 또 다른 한 축으로 볼 수 있는 신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독교 공동체의 신앙을 표현해 왔던 절기와 예식, 또한 기독교 공동체의 실체적 모습들을 각각의 주제로 뽑아내어 이에 대한 뿌리 깊은 시대적 배경을 일련의 시간 순으로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성서의 내용을 기초로 삼고, 초대교회와 중세교회를 거쳐 종교개혁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들려주면서 현재의 모습에 대한 반성적 검토에까지 이르게 도와준다. 역시 중심은 기독교 자체의 모습이고, 그 중에서도 프로테스탄트의 입장이 대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말하는 것은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갈 필요도 있겠다. 교회라는 제도적 실체, 신앙 공동체로서의 실존은 교회 자체의 시대적 변천사 속에서만 존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리라는 것은 교회내에서만 치열한 논쟁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긴밀한 영향력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러한 뿌리깊은 배경은 교회를 교리를 뛰어넘어 서구의 정치, 문화적 형태 자체를 기독교적 양상을 보이도록 만들어 버렸다. 종교가 드러나는 지점, 종교의 역사성은 따라서 보다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함이 마땅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기독교의 역사성은 종교 내부를 벗어나 있는 곳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 책을 비판하기에는 '기독교'에 대한 일련의 시대적 변천사 이해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독교의 역사성이라는 의미를 보수적, 획일적, 고정적인 전통의 느낌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으로도 적극적으로 이 이야기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 그래서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