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 - 출간 10주년 증보판
파커 J. 파머 지음, 이종인 옮김 / 한문화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Parker J. Palmer의 번역본 중에서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가르침의 행위는 단순히 테크닉이라는 기술적인 차원에 국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 분명하다. 테크닉이 득세할 때 생겨나는 현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가르침의 현장에서 인격이 사라지고 대신 물질이 가득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곧, 지식의 거래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지식 거래의 도구로 전락한 가르침은 사람의 내면 깊숙히 파고들지 못한다. 이는 가르침의 현장에서 오고가는 감동이 줄고들고, 그에 따라 마음이 좀처럼 움직여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사이의 철저한 분열이 남겨진다.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따라서 현란한 테크닉이 아니라 테크닉 기저에서 발견해야만 하는 본질, 곧 교사의 내면세계이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나는 곳은 테크닉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정체성 인식과 자신의 정체성에 성실할 수 있는 마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면 세계 속에서 자아가 어딘가에 연결되고, 관계되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 상호성, 전체성에 스스로를 온전하게 위치시킬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비로소 독단적인 주체가 왜곡시키는 진리의 폭넓음, 속깊음을 겸손하게 발견할 수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가르침의 주제가 품고 있는 신비스러운 비밀이 그 스스로 열려지는 폭을 더 넓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게 한다는 의미 이겠다. 여기서 독단적 주체를 극복하는 상호성, 전체성의 연결망은 가르침의 현장에서 볼 때는 1차적으로 가르침의 주제를 중심에 두는 것이고, 2차적으로 그것을 둘러싼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그물망과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역설이 설명된다. 주체의 독단성이 사라지나, 오히려 주체는 온전해 진다.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나 개인이 절대 함몰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렵다. 익숙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주체는 독단적이고 싶어한다. 진리의 폭을 제한하여 소유하고자 한다. 그것이 실상은 진리를 고스란히 망가뜨리고 진리와 분열되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쥐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손을 놓아버리면 허물어질 것 같고, 불편하며, 무엇보다 이러한 분열이 현실적으로 공고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실존의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리어 이상태가 실존의 가장 큰 위협을 겪어내고 있는 상황임은 자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편안한 분열되신 불편한 온전함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가겠다는 용기이다. 곧 불편한 온전함에서 다가오는, 이전의 편안한 분열을 상쇄하고 채우고도 넘쳐날 만큼의 보람을 누릴 수 있다는 용기이다. 이렇게 용기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커뮤니티를 이루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꿈은 현실의 다른 말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탐구하려고 하는 영역은 가르치는 자아의 내면 풍경이다. 이 풍경의 지도를 잘 작성하려면 지성, 감성, 영성의 3대 노선을 취해야 하며 그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지성으로 축소해버리면, 그것은 차가운 추상적인 개념이 되고 만다. 반면 감성으로만 다룬다면 나르시스적인 감상주의가 되고 만다. 영성으로만 접근한다면 이 세상과의 연결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지성, 감성, 영성이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바람직한 전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의 자아와 교육에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지성, 감성, 영성을 이 책속에 긴밀히 엮어 넣으려고 한다. 지성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뜻한다. 사람들이 알고 배우는 방법에 대한 개념, 학생과 학과의 본질에 대한 개념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를 뜻한다. 감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와 학생들이 느끼는 방식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교감을 증진시키기도 하고 위축시키기도 하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영성은 삶의 장엄함에 연결되려는 가슴 속 동경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방식을 뜻한다. 사랑과 노동을 촉진시키는 동경, 특히 가르침이라는 노동을 촉진시키는 동경을 뜻한다. ... 이러한 영혼의 친교를 위한 내면의 탐구는 동시에 외부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탐구가 된다. 우리의 영혼 속에 기거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기 집처럼 편한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39-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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