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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리스도교사 - 교회사 번역총서 제1집
고노이 다카시 지음, 이원순 옮김 / 한국교회사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옮긴이의 말을 빌어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일본 기리시탄사 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노년의 고노이 다카시 교수가 세계사적 시야에 서서, 동양 선교의 선두에 나선 예수회의 창설과 일본 선교를 시작하는 때로부터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에 이르기가지의 일본 그리스도교사를 통람할 수 있게 저술한 일본 그리스도교사의 통사서이다. 고노이 교수는 내외 연구자의 연구 성과까지 활용하는 한편, 그가 일본과 유럽의 여러 고문서고를 탐방하여 조사해 온 원사료를 운용해서, 일본 근세의 무가쟁란기로부터 도쿠가와 막번 체제하의 쇼군이나 지방 다이묘 등 중앙과 지방의 정치권력과 대응하며 선교에 진력한 서양 선교사의 활동을 추적하며, 교회와 신도의 동향을 추적하기에 힘썼다.
이 책을 통해 중세 말기의 전란과 통일과정이 급변하면서 혼란스럽게 전개되던 반세기 간에 35만 전후의 일본인들이 새로 전래된 이교인 그리스도교를 수용했으며, 그 후 전개되는 철저한 박해정책하에서 고난을 겪고 다수의 순교자를 양산하면서 어떻게 교회가 급속하게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일본의 박해가 얼마나 강하게 기리시탄을 몰아서 조식을 와해시켰는가 등에 관한 고찰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잠복 가쿠레 기리시탄 200년의 역사와 일본 개항 후의 가톨릭의 재선교와 프로테스탄트 각 교파의 일본 선교, 침략 전쟁하의 일본 그리스도교회의 고난의 역사 등도 더불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 479-480쪽)
일본에서 그리스도교 선교가 곤란한 이유는 불교나 신도 등 전통적인 종교와의 대결보다는 국가체제 및 이것과 관계되는 국시와의 대결에 있었다. 선교활동의 가부는 중앙정부나 국가권력과의 대응 여하에 깊이 관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근대 일본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선교가 곤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에도시대에 막부를 중심으로 하고, 불승과 불교도 그리고 유교신자 등에 의해 형성된 사종교관(邪宗敎觀)이 농촌사회 전체로 깊이 침투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에도막부 이후 진종 사원세력의 조직적인 그리스도교 배척의 배야활동이 농촌 공동체 사회에 보다 더 깊이 있고, 광범위하게 전파 이식된 데 있었다.
또한 서양의 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는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서 거쳐야 했던 대외적인 도전이었다. 끊임없이 후미에(繪踏)를 강요하여 기리시탄 여부를 행동으로 증명하도록 한 것처럼, 스스로 그리스도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택하도록 증명하게 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거쳐야 했다.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여질 때마다, 일본교회는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을 불문하고, 일본적 그리스도교로의 전환을 스스로 계속 꾀하여 왔으며, 또한 실제로 그 일에 구속되어 왔었다. 특히 중일전쟁이 계속된 15년 동안 그리스도교회가 매우 엄격한 통제상황하에 놓여져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일반 국민 대중이 그리스도교에 품은 이미지는 그리스도교가 아직 외국의 종교이며, 지식층의 종교로, 평상복을 입는 계층의 종교가 아니라는 인식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리스도교도 스스로가 신의 선택을 받은 자로서의 자부심이 강했던 점과 신자들의 그런 의식이 일반 서민의 그리스도교로의 접근을 방해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리스도교회가 하비에르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토착화를 위해 소비한 에너지와 인적, 물적 노력의 크기는 이루 헤아려 알 수 없지만, 그런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일본토착화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467-471쪽)
아무것도 모르는 일본 그리스도교사를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일본식 이름, 지명, 지리 등의 낯설음 때문에 읽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이 책에서 주목해서 볼 수 있는 부분은 기리시탄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전문 분야가 기리시탄사라는 점에서 이미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볼 수 있는 고유한 기리시탄의 모습을 상세하게 읽어볼 수 있는 번역서는 아마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다. 로마 가톨릭과의 접촉 이후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던 이들 기리시탄은 쇄국 정책 이 후 로마 가톨릭과 단절되고, 일본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게 된다. 그러나 박해로 인해 숨어 살 수 밖에 없었던 20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기리시탄은 자신의 신앙을 지켜왔다. 이들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읽는 것은 작은 감동이다. 옮긴이의 말과 저자의 결론 부분을 통해서 간략한 소개와 내용 흐름을 정리했다. 저자의 맨 마지막 평가 부분, 여전히 일본에서 기독교가 소수에 불과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논의의 여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외국의 종교, 지식층의 종교로서의 이미지 외에도 여러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소 긴 책이었지만 그만큼 뿌듯함을 남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