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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 10주년 기념판, 은혜 없는 세상을 향한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경험상 사람들이 교회를 생각할 때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짐짓 거룩한 체하는 자들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교회란 잘못을 청산한 후에 가는 곳이지 있는 모습 그대로 가는 곳이 아니다. 은혜보다 도덕이 먼저인 것이다. 교인들 중에는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천국을 향한 여정의 기쁨을 놓치는 이들도 있고, 현대 '문화전쟁' 이슈에 관심을 갖느라 비은혜 세상에 은혜의 안식처라는 교회의 사명을 망각하는 이들도 있다. (10-11쪽)
은혜와 율법의 관계는 비단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예수께서 하나님을 "아바"라고 부르는 일대 혁명의 순간, 은혜와 율법의 기나긴 갈등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수 이 후, 바울의 신학을 이어, 어거스틴 그리고 중세 스콜라를 지나다가 다시 어거스틴을 통해 바울로 접근하며 예수를 찾았던 루터의 종교개혁, 그리고 이 프로테스탄트의 신앙을 이어오는 지금의 개신교 신앙의 흐름에서 은혜와 율법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 보는 중요한 가늠자임에 분명하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겠다. 이미 바울 신학의 정수와 같이 볼 수 있는 로마서에 이어, 어거스틴의 저서와 루터의 저서에서 이 관계를 설명해 내는 거장들의 신앙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살펴 볼 수 있다. 모든 이들이 예전의 작품을 다 읽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은혜와 율법의 관계에서 신앙인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정치적인 문제, 곧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라는 사실을 풀어낸 측면은 한 번 즈음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기도 하다. 보수적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도덕적 결벽증과 같은 의식이 겉으로 보기에는 비정치적이고 신앙의 순수성에 입각해 있는 듯해 보이나, 그 이면은 도리어 율법, 도덕 법칙의 일반화를 꾀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성의 여지를 분명 제공해 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은혜를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다. 은혜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백 자체가 이미 개신교 전통에 서 있음을 의미하겠다. 이런 은혜를 날마다 어떻게 누리고 살 수 있을까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겠다. 사실 내가 관심을 두는 곳은 여기에 있었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