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걸으라 (양장) - 제자도 유진 피터슨의 영성 3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유진 피터슨은 교리 신앙을 말하지 않는다. 진리로 일관되는 예수에 대해 잠시 쉬었다 간다. 그의 관심은 삶에 있다. 이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오해는 없어야 겠다. 그것은 교리 신앙에 입각한 청교도적 엄격함, 일종의 율법의식이 강조되는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삶이 아니다. 그 삶이 가질 수 있는 치명타는 인간의 공로 의식이다. 은혜와 율법 사이의 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칫하면 율법으로 넘어가 죄책감과 정죄 판단을 위한 법전으로 급부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루터는 행위는 의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라 했다. 곧 은혜를 강조한 말이다. 어찌되었든 유진 피터슨이 말하는 것은 내가 이해하기에 어거스틴(몇개의 작은 논문을 맛보기 했고, 고백록을 읽었다)도 그랬고, 루터(역시 몇 개의 논문을 읽었고 지금 로마서 강해를 읽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범위 내에서 이해한 바임을 밝힌다)도 그랬던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엄격한 거리 인식, 곧 하나님을 인간의 사리 사욕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입장에서 말을 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율법적 판단에 입각한 삶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유진 피터슨이 관심을 두는 삶의 방식은 율법이 아니라 예수에게로 향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예수가 걸었던 "길"이다. 길이 함축하고 있고 보여주는 상징성, 그 풍부한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소 모호하고 애매하게 보일지 모르나 뒤엎서 생각해보면 더욱 풍성할 수 있는 은유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길 안에서 인간은 율법으로 정죄되고, 몸과 영혼이 철저히 이원화되고, 그에 따라 몸과 관련된 것들은 모든 것들을 죄악시 해버리게 되며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만 국한된 구원 개념이 강화되는 동시에, 내세적 종말론에 입각한 천국 개념과 같은 것들은 잠시 뒤로 물러나게 된다. 대신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인정하며 긍정하고 이 가운데 이 모든 한계들을 감싸 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길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창조와 성육신 안에서, 사건과 장소 안에서, 그리고 예수 안에서 작용하는 복음(p337)"이다. 

이 길은 예수 이전의 6명의 성서 인물들을 통해 더욱 풍성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이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던 1세기의 저명한 지도자 3명의 인물들을 통해서 더욱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이 길은 유진 피터슨의 표현대로 "포괄적이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고, 끈기있게 인격성을 견지하며, 사회성을 기꺼이 끌어안으며, 정치적 관계성을 끈질기게 고수한다. 곧 세상과 인간을 온전하게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름아닌 우리가 참여하는 길이다. (p23)"  이 길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 소재는 다름 아닌 성서다. 성서의 이야기들 속에서, 성서를 풀어내는 것을 통해서, 성서의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들을 마치 하늘에 풍성하게 날아다니는 비누방울처럼 끌어내고 터뜨려준다. 마치 움직이는 듯하게 말이다. 관념적 풀이가 아니라 이야기 듣기의 시간과 같이. 그래서 이런 책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냥 설교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려운 용어들과 무수한 자료들을 탐독하며 정리해 내야 하는 논문집도 아닌 듯한 것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일까.

읽어보고, 한 권 즈음 가지고 있어도 아깝지는 않은 책 같다. 유진 피터슨의 다른 책들에도 손이 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