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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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 겨울이었을까.국어 선생님이 주셨던 책이 한 권 있었다. "지와 사랑" 이 역시 헤세의 작품이었다.중 3의 시각으로 무엇이 보였을까. 다만 기억 나는 것은 주인공 골드문트 였나 나르치스였나.하여간 신학을 공부했던 주인공의 방황에 대한 내용이 어렴풋하게 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물론 그 때 당시에는 뭐가 그렇게 큰 문제였기에 이렇게 방황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간단한 생각으로 넘어갔지만..

이 책을 집어들면서 다시금 그 시절과 함께, 나의 지금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한 번 웃음을 머금어 보았다..

싱클레어가 기존의 통념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읽어보았다. 단순히 청년기의 방황을 그린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담고있는 내용이 상당히 진지하다는 무게감을 느껴본다.그 방황은 단순한 청소년기의 방황같지 않아 보인다. 싱클레어가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자아의 확립, 예를 들자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곳에 소질이 있는지, 장래의 직업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자아를 발견하고자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궁극을 향한 질문이 이어진다. 압락사스라는 이름의 신이 등장한 것이 여기에 있다. 기존의 유일신 신앙.특히나 선함만을 관장하는 신에의 맹목을 뛰어넘고자 하는 압락사스라는 또 다른 종교적 세계를 말하는 것에서 자아의 발견은 결코 이 세계와 떨어져 있지 않음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세계는 제일 첫 장의 제목과 같이 두 세계로 나누어 구분한 통속적 개념의 세계관 곧, 이분법적 세계관을 극복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다. 그리하여 통념적인 세상과 신앙의 현상을 다르게 보면서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실존적 존재로서의 자각,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띄는 실존에의 긍정이 목표가 된다.

이 실존적 존재는 기존의 신앙을 깨뜨리는 듯하지만 오히려 더욱 깊이 있는 겸손한 신앙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신앙의 세계는 또한 또렷한 실존적 인식을 준다. 비록 이 인식이 통념적 시각에서 볼 때는 불안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때로는 불경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특히나 기존의 신앙을 담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이것은 결코 불경하거나 외람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갑자기 예라한 불꽃같은 인식이 나를 불태웠다. 누구에게나 하나의 <직분>이 있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자의로 택하고 고쳐 쓰고 그리고 마음대로 주재해도 되는 직분은 아니라는 것. 새로운 신들을 원한다는 것은 틀렸다. 세계에다 그 무엇인가를 주겠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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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 데미안, pp. 171-172 中 -


 
불안 속에서 발견해내는 이 과정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절정에 치닫는다. 죽음의 고비를 맞이한 그 순간 데미안과의 황홀한 만남을 경험하면서 다시 처함한 전쟁의 현실로 눈을 뜨고 끝난다. 그러나 이 마지막 순간은 두 세계의 구분을 뛰어넘어 통합의 세계를 시작하는 첫 출발이다. 싱클레어가 그 자신이 고대하던 "그"와의 연합이 이루어진 경이로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자각이 보다 분명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은 끝이 난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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