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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아... 너무나 난감한 상황이라 뭐라 서두를 떼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더욱 난감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책을 너무나 힘겹게 읽어내야 했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그래서 리뷰 마감도 6일이나 늦어졌고, 그럼에도 책을 다 읽었다는 느낌으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주제가 못 된다.

 

시작은 좋았다. 이번 서평 도서로 선정된 <동물학자 시턴의~>를 먼저 읽고 처음으로, 웬일로(-_-) 서평을 빨리 올린 후 이 책,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들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는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 왠지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읽기에는 이 책이 더 제격인 듯 보였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은 표지에서 얻은 느낌 그대로 무척 좋았다.  재치 넘치는, 유머가 가득한, 장난꾸러기임이 분명한, 그리고 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을 작가의 감정과 생각, 말투가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지하철과 공항을 거쳐 비행기에서까지 혼자 쿡쿡 웃으며 매우 즐겁게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발랄하면서도 웃음기 가득 머금은 문장들을 탐닉하고 싶어 책을 더더 읽고 싶었으나, 3월의 제주도는 아직 너무도 추워서, 무엇보다 바람이 너무 심해서 올레길을 걷다 쉬는 중간중간 책을 읽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쉬기는커녕 어떻게든 쉼 없이 걸어야 그나마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했고, 종일 걸었던 탓에 책은 채 다섯 장을 넘기기도 전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대단한 기대를 품게 했던 <호주 여행기>는 반에반에반도 못 읽은 채 서울로 돌아오게 된 나는 차라리 잘 됐다, 뭉친 근육이나 풀며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싶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호주에 대한 그의 지식과 여행 중 얻은 정보들, 그리고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들과 나눈 대화는 내가 알지 못하던 호주의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정말 부끄럽고도 무식한 말이지만, 내가 당연히 호주의 수도라 알고 있던 시드니가 사실은 그냥 지역 도시일 뿐이며 캔버라가 수도라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책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네이버에 검색까지 해봤으니 믿어도 좋다. ㅡ,.ㅡ

 

그리고 호주가 생기게 된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심지어 다른 내용을 읽고 있을 때조차 떠올라) 흥미로웠으며, 또 놀라웠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것, 영국이 본국의 잡다구리한 죄수들을 가둬두기 위해 호주로 이주시켰다는 것, 나중에 도시가 생긴 후에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무척이나 관대하게 이주민을 받아들였다는 것, 그리고 그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초기 영국인이 재미삼아 풀어놓은 토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골치 깨나 앓았다는 등 사람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내게 새로운 지식을 안겨주었다.  

 

문제는 책장을 넘길수록 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재치 넘치던 그의 말본새는 점점 빛을 잃어갔고, 뒤로 갈수록 책에 대한 집중도와 흥미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시턴의 책이 사진 따위 없어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공간에 있는 듯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면,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필히 사진이 필요한 책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 나눴던 대화, 본 것들을 구구절절이 늘어놓는데, 나중에는 내 몸이 베베 꼬여버리는 줄 알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내가 잘못된 걸까? 싶어 무척 괴로웠고, 조금 전 다른 분들의서평을 살펴봤다. 그런데 정말 이게 어찌된 일일까. 다른 분들은 모두 이 책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단순히 취향이 다른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님 그분들도 사실은 지루했지만 예의상 좋은 내용을 써준 걸까.

 

그래서 서평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공짜 책 받아본 주제에 안 좋은 글을 써도 되는 걸까, 그렇다고 거짓말로 써야 하나, 엄청 고민을 하다 결국 그냥 느낀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 만약 이 글을 해당 출판사에서 본다면 무척 안타깝고, 빈정이 상하며, 내가 파렴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크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엄청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고 기대 만발이었는데 끝이 이렇게 흐지부지 됐다고 생각해보라. 나도 억울할 정도로 곤란하고 아쉽다.

내 사고를 정지시킨 최초의 책이라고 한 건 다름이 아니다. 내 기대가 너무나 갑자기 무너져서 멍해져버린 거고, 더욱이 서평을 써야 한다고 하니 갑자기 머리가 돌이 돼버렸다는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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