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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동네 좁은 골목길에서 선머슴처럼 구슬치기나 딱지 치기, 콩알탄 던지기 따위의 놀이에 몰두해 있다 보면 해가 뉘엿 넘어가고 시간의 온도가 바뀌는 것 따위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기 일쑤였다. 뭔가에 집중하면 정신 못차리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여서 내 앞에 놓인 놀잇감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그런 나를 자연히 집으로 이끈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거실을 지나 현관과 마당, 대문을 차례로 뚫고 새어나오는 음식 냄새였다.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 유난히 저녁 시간이 빨랐던 탓에 그 냄새는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집 부엌에 그 근원을 두고 있었고, 6시만 되면 내게 딱지나 구슬 따위를 잃은 동네 오빠들의 원성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집을 구해야 했을 땐 나도 모르게 가정집이 모여 있는 동네를 주로 찾게 됐다. 집 밥 냄새=어린 시절=평온하던 나날=삶의 고달픔을 잊을 수 있는 시간, 정도의 연상작용으로 이어져서가 아닐까, 싶다.

 

<소울 푸드>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만한 음식의 추억을 담고 있다. 백영옥, 성석제, 김어준, 이충걸, 이우일 등 20명 정도의 작가(대부분이 작가)들이 각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음식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래, 음식 하나로 추억을 떠올리고,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지' 하면서 상당히 공감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식욕이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음식이 주는 미각적 즐거움과 감동, 가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 슬픔, 기쁨, 분노 등 우리가 느끼는 매 감정의 순간에는 거창한 요리든, 한 잔의 술이든 어쨌든 '음식'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분명 함께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내 인생의 음식을 어찌 한 가지로 꼽을 수 있으리.

 

책의 후반부를 차지한 작가들에게는 굉장히 죄송한 말이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좀 아쉽다. 그들 글의 재미가 떨어져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같은 주제와 구성의 글이 200페이지 이상의 분량으로 '나열'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식으로든 구성에 조금 변화를 줬다면 끝까지 한결 재미있게 읽혔을 텐데.

 

지난 날의 나와 조우하고 싶다면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음식의 냄새와 맛은 혀가 아닌 가슴이 기억하는 것이어서 자연 그 음식이 있던 시간 속의 나도 또렷이 떠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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