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 뜨인돌 그림책 63
안데르스 홀메르 지음, 이현아 해설 / 뜨인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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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붉은 색으로 표현되어있으며 물소의 눈동자도 빨갛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빨간색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소가 입에 물고 있는 파이프 연기가 초록으로 퍼진다. 그런데 아이의 옷도 초록, 신발도 초록이다.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타이틀 제목 글씨는 초록색이다. 행복해 보이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 짓게 하였다.

책 속으로 들어가니 첫 장면부터 조금 충격이었다.

우울한 모습의 세 사람

아파 보이는 엄마, 그 모습을 외면하는 딸, 그리고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할머니

이 첫 장면의 그림만 보고 마음이 짠하였다.

건강했던 엄마의 모습은 사라진 병든 모습과 벽에 걸려있는 행복했던 사진(타이틀 제목 그림), 말없이 꽃에 물을 주고 있는 할머니(외할머니인 듯), 그리고 그 모습을 외면하려고 하는 소녀(딸)의 모습이 나를 참 아프게 하였다.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글자 없이 그림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림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색이며, 물건이며 등장인물들의 행동하나 한 눈여겨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것도 사랑하는 엄마의 아픔을 아이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모습

도망치거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세계에서 아이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런 모습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또 어찌 많아 아플지....

엄마의 얼굴에는 병색과 우울이 완연하며 아이는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걱정된 할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살펴보지만 아이는 방구석에 처박혀만 있다.



엄마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그림을 통해 전해준다.

딸과 손녀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할머니의 모습도 그림을 통해 그래도 전해진다.

'내가 만약 아픈 엄마라면 / 아이의 마음이라면 / 사랑하는 딸과 손녀를 바라봐야 하는 할머니라면' 입장을 생각하며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이는 이 순간을 피하고 싶어서일까?

눈앞에 놓인 곰 탈을 바라본 아이는 탈을 쓰고 어디론가 경사를 오른다. 그리고 그 경사면은 거대한 비행선의 내부로 연결되며 아이는 탈을 쓴 채로 비행선을 조종한다. 그러고는 잠시 사다리에 매달려 구름을 잡기고 하고 동물들과 연주도 하며 기차를 타고 숲에서 열매를 채집한다. 그러다가 파이프를 피우는 거대한 물소와 마주한다.

이 장면은 책 표지와 일치하는데 다만 아이가 곰 탈을 쓴 채로 물소를 마주하는 장면만 다르다.

이렇게 방황한 아이는 다시 비행선으로 돌아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든다. 빨간 보석이 하트로 그려지면서 아이는 다시 집으로 온다. 그리고 곰 탈을 벗으며 엄마에게로 달려가 안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픔이 큰 아이의 감정과 모습이 그래도 나에게 투영되는 기분이었다. 책 속 아이처럼 어릴 때는 아니지만 그렇게 건장했던 아빠가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다 내 잘못인 것 같기도 하고 더 살고 싶다는 아빠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픈 몸을 감당하기 힘들어하시는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엄마, 그래도 우리 형제들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각자 나름대로 그 슬픔을 견뎌야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이의 방안을 잘 살펴보면 아이가 경험하면서 보고 만난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큰 슬픔과 불안을 예전에 엄마와 함께 했던 경험으로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물소의 빨간 눈동자는 아이의 불안과 슬픔을 나타내며 그것을 이제 도망치지 않고 물소를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일 것이다.

이 그림책의 내용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첫 글 없는 그림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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