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스릴러 소설을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기 전엔 스릴러 소설인 줄도 몰랐다.
'정유정'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책의 홍보에 이끌려 구입한 책이기도 하고 '완전한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기도 하였다.
책표지를 살펴보니 음산했다. 제목은 << 완전한 행복 >> 인데 표지는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어두운 느낌의 전체적인 색과 가족처럼 모이는 세 사람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그리고 모두 모자를 쓰고 있으며 아이는 오리 인형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있었다. 나무에 걸쳐 보이는 보름달도 보이고 모두 장화를 착용하고 있으며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책 한 장을 넘기며 "정유정" 작가의 사진과 프로필을 읽었다. 사진을 보니 몇달 전 과제로 서점탐방때 서점마다 크게 걸려있었던 작가의 사진이였다. '유명한 작가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척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총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며 총 3부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그녀의 오리들, 2부 그녀는 누구일까, 3부 완전한 행복과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있다.
첫 장부터 쇼킹했다. 등장인물의 행동이 매우 디테일하여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오리가 고기를 먹었던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서 고기 손질하는 엄마의 도구들, 삶은 살코기를 민서기에 가는 부분이 섬뜩하였다.
'이거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내 생각과 맞는지 맞지 않은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습지는 엄마의 땅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할머니가 시골집과 함께 물려준 것이다. 반달늪은 습지 끝에 있으며, 온갖 새들이 모여든다. 대부분 겨울에 찾아왔다 봄에 떠나는 철새들이다. 몇몇 오리들만 떠나지 않고 반달늪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 그들에게 반달늪은 '행복한 오리집'이다.
행복한 오리집엔 청둥오리가 가장 많다. 원앙이라는 오리도 있는데 수컷이 인형처럼 예쁘다. 엄마는 놈을 '개자식'이라고 부른다. 바람둥이기 때문이다. 쇠물닭은 오리도 아니면서 오리집에 빌붙어 사는 이상한 해다. 더 이상한 놈은 되강오리인데, 물속이나 수초 틈에 숨어 있기를 좋아한다. 해 질 무렵이면 안개가 부옇게 피어오르는 습지 안에서 비명을 지른듯 운다. 때로는 지유의 꿈속에서도 운다. p11
이 책에선 주인공 유나가 화자가 아닌 3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유나의 딸 지유, 그녀의 언니 재인, 그리고 현 남편인 은호가 각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통해 유나의 말하는 "완전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자아도취형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의 행복 찾기, 얼어붙은 바이칼 호에서 들여다본 인간의 심연, 복잡한 인간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극단적 나르시시스트 유나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서 행복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유나, 재인 그리고 유나의 딸 지유가 대하는 감정은 어릴 때 해소해야 했던 것을 취하지 못함을 보게 된다.
아빠한테 인정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재인, 가족들의 사랑을 언니가 다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며 늘 언니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하는 유나, 그런 유나로부터 억압 받아 너무 일직 성숙해 버린 아이인 지유 무엇보다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을 목격한 아이가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무의식이 만들어낸 자기 방어 기제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재혼을 했기에 결혼생활을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아내 유나의 행동에 맞서지 못하고 항상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현 남편 차은호이 세 명의 행동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p112~113
무의식적으로 행복은 덧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하다라는 것을 SNS을 통해 자랑한다. 나도 행복이라는 것보다는 자랑하듯이 사진을 찍어 올린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의 올린 사진들을 보며 많이 우울했었다. 나보다 다 행복한 것 같고 지금의 나와 자꾸만 비교하게 되어 어느 순간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자랑을 하려고 행복하다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내 기록을 SNS이란 도구을 이요하여 정리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줄어들었다.
나의 이런 소소한 행동도 어쩌면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일까? 정말 불행을 다 제거하면 행복할까?
이 책을 통해서 알려준다. 행복은 뺄셈이 아니라는 것을..... 혼자만 행복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그 행복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재인이, 지유가, 그리고 은호가 그러했다.
책을 읽는 동안 처음엔 배경이 우리나라는 사실이 조금 와닿지 않았다. 분명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한국식인데 뭐랄까 글에서 느끼는 배경이 늪이고 시골이고 그래서일까 외국 배경 이미지가 더 그려져서 무슨 내용인지 오리무중이였는데 계속 읽다보니 흡인력이 정말 대단하였다.
작가는 항상 열린 결말보다는 작가가 보는 글의 메세지를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난 그게 더 좋았다. 내가 느끼는 것과 작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더 솔솔하게 느껴졌다.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때론 엄청난 파멸을 불러옴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행복이 타인에겐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인터뷰를 몇개 찾아보았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하여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반달 늪, 바이칼 호수, 되강오리의 의미를 확실이 알게 되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였다.
새벽에 글 작업을 하며 매번 글 쓸 때 노래를 듣고 현장 답사도 자문도 구하는 정유정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소설에선 김종성, 팬티김, 그리고 기찻길옆 오막살이 동요을 들으면서 쓰셨다고 하셨다.
작가의 말처럼 '기찻길옆 오막살이'동요가 섬뜩하게 들리게 되었다.
욕망의 시리즈의 생각하며 이번 작품을 낸 '행복' 다음엔 '소유'에 관한 글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