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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ㅣ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음....무슨 내용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관련된 배경지식과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니 투명인간, 호랑이, 할머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하여 이해하는게 어려웠다. 왜 이 책이 뉴베리상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읽어갔다. 이번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읽어갔다. 그랬더니 뿌옇게 느꼈던 생각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아픈 외할머니(뇌종양, 치매)를 돌보기 위해 워싱턴주로 이사한 한국계 미국 소녀 주인공 '릴리'앞에 '호랑이'가 나타나 할머니가 훔쳐 간 것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준다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릴리가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과 언니로부터 '조아여'(조용한 아이사 여자애)라고 불리는 부분에서 처음엔 진짜로 릴리가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계속 읽어가면서 왜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했는지를 알게 된 후 릴리를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스스로가 투명인간이 되는 초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릴리는 남들 눈에 안보이는, 너무 조용해서 자기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것,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고 쳐다보지 않는 투명인간임을 생각한다.
아무리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미국이지만 거기에서 오는 인종차별이라는 문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며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뉴스를 떠올리며 릴리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지 짐작해하는 부분이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호랑이'는 무엇일까? 릴리한테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지만 때론 이 호랑이가 릴리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알게된다. 할머니와 릴리가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걸어나오도록 부추기는 무서운 존재, '조아여'라는 껍질 속에 감춰진 자유롭고 해방된 존재, 분노와 욕망을 표울할 줄 아는 존재, 할머니와 릴리가 외면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과 공상을 오가는 어쩌면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호랑이의 모습. 이 호랑이의 모습으로 릴리는 자신의 내면을 깨부수고 나오는 성장을 하게 된다. 과연 할머니가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어떤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지는 책에서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지만 독자는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해님과 달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떠오르게 되는 할머니의 이야기. 할머니가 겪은 어린 시절 이야기는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슬픈 우리 나라의 식민지 시대때 받은 핍박과 고통들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낯선 땅에서 밝은 표정으로 지내면서도 마음속 어둠을 극복하기 위해 고사를 지낸다던지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신 풍습이 떠오르며 아직까지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춘기 시절을 지내며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불완전한 내면,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을 마주하는 순간 느끼는 불안, 그리고 혼혈인라는 정체성의 혼란의 고민들을 호랑이 이야기를 통해 느껴진다.
그러면서 사춘기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그때 느꼈던 불안과 혼란들이 자신의 내면 성장을 통해 극복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서 사춘기에 혼란이 온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호랑이처럼 사납고 통제되지 않는 사춘기의 시절 모습이 낯설지 않으며 또 다른 나의 내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할머니의 말처럼 '우리는 하나 이상의 다양한 존재 일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지금 스무 겹쯤의 두려움이 내 심장을 덮고 있다. 무슨 말을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슨 일이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하는 마법의 호랑이를 향한 두려움.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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