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한정희와 나 :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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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5~196

사람과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이 얽혀 있다.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가나 고민하며 사는 하루하루가 일상이 될 때도 있고 평범하지 않은 이벤트가 될 때도 있다. 복잡한 세상 속, 빼곡한 인간관계의 실타래,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엔 이 실타래들이 이야기로 남겨 있었다.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TV 프로그램이나 뉴스, 인터넷 기사에서 접했던 느낌마냥 친숙한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내 이야기 혹은 이웃의 이야기일 법한 글들이 '한정희와 나'를 필두로 줄을 섰다.

벚나무 그늘 아래, 사람들이 숱하게 걸어 다니는 길 위로 한 번뿐인 꽃잎들이 떨어졌다.
- p168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잎이 제 힘으로 다시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다. 한 번뿐인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된다. 
그런 일상에 마음을 도려내는 일들이 생긴다면,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상대방에게 내어준 마음이, 악의 없이 다가갔던 걸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이해했던 과거가, 자식을 잃고 난 뒤의 인생이,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던 마음이,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집착이, 폭력을 침묵으로 일관해야 했던 어린 시절이, 이기적인 자기합리화가 뒤흔들어놓고 가버린 지금, 이제껏 살아왔던 지난 날을 이겨내야만 한다. 실패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실패만큼 혹독한 지금을 견뎌야 지금이 과거가 된다. 지금을 잘 견뎌내야 하는 것, 견뎌내야 할 우리, 이게 바로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집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다.

글들이 모여 친숙한 위로를 건넨다. 위로가 가볍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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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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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구조의 다양성과 밀도로 인해 우리는 우연한 볼거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골목과 새로운 가게들이 열린다. 층별 입점 브랜드 안내서 한 장이면 모든 것이 한눈에 파악되는 쇼핑몰이나 백화점과 달리,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의 구석구석은 우리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 p24

인생을 큰 도화지 위에 그리라고 누군가 내게 말한다면, 나는 인생을 둘러싸는 가장자리를 수많은 골목길로 대신할테다. 어린 시절, 골목길은 놀이터였고 친구들을 불러내는 집결지였고 울고 웃었던 감정의 집합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골목길은 도시 안에서 사라지고 커다란 상점, 쇼핑몰 주변으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는 오래도록 살아있는 골목길이 아닌, 각종 브랜드로 가득한 백화점, 쇼핑몰 등지로 바뀌었고 우리네 일상은 영구적이라기보다는 휘발성이 강한 그 무언가로 변모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건 몇 년 전부터다. 사람들이 특정 골목길에 몰려, 골목길 상권이 번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마구마구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건 만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닌, 그 골목길만의 분위기, 골목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 등을 찾는, 골목길 여행이 유행세에 오른 것이다.

걷고 싶은 거리는 대로와 신호등에 의해 발걸음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는다. 골목과 골목이 계속 연결되는 길이 걷기 좋은 길이다. 우리가 홍대 주변을 좋아하는 이유도 골목길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 p22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은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한다. 언젠가부터 걸어야만 해서 걷는 거리가 아닌, 걷고 싶은 거리를 찾아서 걷는 문화가 난 참 좋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탐색한 후 옆 동네까지 범위를 넓혀 돌아보는 걸 좋아하기에 여행을 가도 예쁜 동네, 예쁜 골목길이 나오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골목길을 찬찬히 둘러보다보면 일상의 삭막함, 무관심함, 복잡함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여유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여유를 이미 맛본 사람들은 그래서 골목길을 더 찾아다니는지도 모른다. 빡빡한 시간 속에 촉촉한 여유를 심어놓기 위해.

헌데 골목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상권이 금새 형성된다. 형성되는 것까진 좋은데 자본과 관련된 욕심, 이해관계가 얽혀 골목길이 오래가기보단 반짝, 붐을 일으키다 주저앉기도 하고 골목길에 오래도록 거주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자본에 밀려 터를 잃게 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도시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성장하는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듀플리케이션, 모두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골목길 구조를 유지하는 동네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되는 동네, 즉 젠트리피케이션과 듀플리케이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의 선택은 물론 제이콥스 모델이다. 도시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듀플리케이션을 먼저 막아내야 한다.
- p118

건강한 골목길을 위해서는 자본보다는 도시 그리고 골목길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길이 내내 품고 온 과거를 존중하면서 미래를 계획해야 애정하는 골목길들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뚜렷한 가치와 영혼이 담긴 한국의 길과 도시는 어디인가. 한국의 수많은 도시가 이야기 산업을 키우고자 하지만, 에든버러 같이 역사와 정체성을 보전한 도시만이 그것을 이룩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지역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에 앞서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경관과 문화를 통해 드러나는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역사 속에 사는 것이야말로 과거가 현재로 이어져 미래를 창조할 풍부한 영감을 얻는 이야기 산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p171

*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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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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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던 현명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란 무슨 의미였을까.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남자와 아이들에게 궁극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자기주장이 없거나 약하므로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는 사람...... 그가 '현명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유진은 거부감을 느꼈다.
- p51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들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 p271



'현남오빠에게'는 페미니즘 소설이다. 나는 사실 페미니즘에 친숙함을 느끼지 않는다. 여자이지만, 그냥 뭐랄까, 좀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라고나 할까. 현상을,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순응하며 살아온 이 놈의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7명의 작가가 7편의 이야기를 담은 '현남오빠에게'는 작가마다 지니고 있는 개성이 각 이야기에 실려 있어 일곱 색깔의 페미니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을,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긍정할 수도 없다. 부정과 긍정 사이, 참으로 애매모호한 그 속에서 우리는, 여자들은 인생을 바치며 살아왔고 살아간다. 백이면 백, 다 그렇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은 위안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뒤에 너무나 혹독하게 자신의 인생을 바친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현실 그 자체다. 위안을 넘어선 질퍽한 위기. 페미니즘은 그 질퍽한 질감 위에서 자라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서로 다른 질감으로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다뤘다. 있는 그대로의 여자를 직설적으로 표현해내기도 했고 '엄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쓰라리게 적어놓기도 했고 무언가 시리도록 냉한 느낌의 남자를 손 안에 감춰놓고 붕대로 칭칭 감아놓기도 했고 여자에게 죄를 지은 남자들을 고립시켜 무참히 벌을 가했고 뜬금없이 임산부를 화성에 보내 그 곳에서 오롯이 출생의 신비를 우주가 느끼게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결말로 이야기가 끝나도 단 하나, 여자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힘은, 인생에 내보내는 그 에너지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 이 사실 하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결국 이 '현남오빠에게'의 핵심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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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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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려면 절차적 기억을 쌓아야 하고, 절차적 기억을 쌓으려면 실제로 영어를 훈련해야 하고, 실제로 영어를 훈련하려면 영어 듣기부터 해야 한다.'
- p65

진짜 문제는 이미 영어를 배울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라, 예전에 모국어를 습득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방식으로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모국어를 습득했을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외국어를 습득하면 됩니다. 듣기부터 한 다음에 말하기를 하고, 귀와 입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 씹어먹기이기도 하죠.
- p192


학창시절 내내 영어와 씨름했던 날들이 있었다. 영어 교재도 사서 보고 유명하다는 회화 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듣고 영어와 친숙해지기 위해 팝송도 무던히 들으려 애썼다. 그런데 그럴수록 영어와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입 밖으로 영어가 잘 나오지 않았고 귀로 쏙쏙 들리는 문장도 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썼던, 영어와 함께 했던 지난날들.

그런데 영화로 영어를 제대로 씹어 먹어 버렸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봤니?'의 저자 신왕국!
'wait a second'를 기다려 하나, 둘로 해석했을 만큼 영어와 담을 쌓던 그가 영화로 영어를 정복했다며 자신이 쌓아 온 영어 정복 비법을 고스란히 책에 실었다.
영화로 1년 만에 영어를 씹어 먹은 그는 미국 명문대 UC버클리에 합격해 자신의 인생의 반전을 맛봤다. 학교 짱과 싸움하다가 고교 자퇴생이 된 그도 아마 자신의 인생이 영어 하나로 바뀔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영화로 영어를 배워보려고 자막 없이 영화 보며 들리는 대로 노트에 대사를 받아적곤 했는데 재미도 없고 들리지도 않고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서 금새 포기했더랬다. 그런데 '영화 씹어먹기' 책을 보니 내 실패의 이유를 알게 됐다. 열심히, 매일매일, 반복해서 훈련하기! 3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 영화를 보기! 대충 자막 없이 한 편을 쓰윽 보는 게 아니라 대사 하나를 완전히 씹어먹을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듣기! 여기엔 엄청난 지구력과 집중력이 뒤따라야 한다. 집중력을 능가하는 지구력이 있어야 영화를 맛있게 오도독 씹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말한다. 영어는 듣기가 먼저라고. 우리가 모국어를 습득할 때도 수많은 한글을 들은 후 입 밖에 익숙한 단어를 하나 둘 내놓듯 영어 또한 그래야 한다고.
매번 영어를 공부할 때마다 듣기보다는 단어, 문법 암기, 독해, 발음에만 신경 썼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진짜 헛공부를 한 거구나. 시간이 지나면 암기했던 단어, 문법들이 머릿속에서 흐릿해지고 그러다보니 점점 영어와 멀어지게 됐다.
또한 씹어먹을 영화를 선택할 때 재미있는 영화로, 쉬운 작품으로 선택할 것을 권한다. 본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로 시작해 두 편의 다른 애니메이션을 정복한 후 영화로 넘어갔다고 한다. 공부할 때 '재미'를 빼놓아선 안 된다는 걸 강조한다. 지루하면 매일매일 훈련을 할 수 없으니까.  

저자는 말로 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은 직접 동영상으로 이해를 돕고자 관련된 내용의 페이지에 QR코드를 인쇄해 놓았다. 독자에게 자신의 영어 정복 방법을 꼭 전해주고픈 진심이 막 느껴진다.
영어 한 번 씹어먹어볼까? 영화 한 편 제대로 씹어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무슨 애니메이션으로 훈련할지 한 번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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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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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됐건 경력 단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성별을 떠나 자신의 커리어가 유지되길, 보다 발전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육아' 앞에서 결국 커리어를 내려놓게 되는 건 남자보단 여자가 많다. '여자'의 위치에서 '엄마'의 위치로, 딛고 있는 자리가 바뀌면서 시간과 열정과 영혼은 '자기 자신'이 아닌 '아이'와 '집 안'에 쏟게 된다. 

육아를 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했던 여자가 한순간에 집 안에서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힘겨운 일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를 아쉬워하게 되면서 미래를 밝게 그려내기 힘들어진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유치원에 가면, 학교에 입학하면 그 땐 내 인생이 조금 더 나아질 거야, 자신을 위로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내가 지금 그렇다. 요즘 말로 '독박육아'라고, 온 종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따지고 보면 이 독박육아, 내가 선택했다. 그러니 후회는 없다. 허나 아이가 커 갈수록, 나만의 여유가 부족해질 수록 내가 한 선택을 조심히 되짚어보곤 한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참 껄끄러웠고 불편했다. 커리어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여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니!

그런데 가만히 곱씹어보면, 이 책이 말하는 이야기가 틀린 말이 아니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내가 보다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는 거니까. 아이는 점점 아이만의 인생을 설계할 텐데 나는 나만의 인생을 설계할 시간과 기회를 놓치게 되면 그 훗날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살짝 걱정스러워지곤 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협업이 비즈니스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소프트파워 시대에, 만약 여자들이 대화의 주제를 집안의 일상사에서 업무 분야로 확대하기만 한다면, 소통과 협업에 관한 한 남자들이 여자들을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형태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배려심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 p79

여자들이 지니고 있는 공감 능력, 소통, 협업 능력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온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 시대를 맞이하려면 누구누구 엄마보다 내 이름을 건 커리어를 출동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속도에 맞서 시동을 걸어야 하는지는 본인의 판단에 달렸다. 본인이 품고 있는 열정, 에너지가 집 안의 대소사, 아이들과의 문제와 균형 잡힌 조화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허나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언젠가 다시 내가 만들어내야 하는 커리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되찾고 싶다는 강한 긴장감과 자극이 인다.


뜨거운 물에 스스로를 내던질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빛나는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여성은 이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찻잔 속 뜨거운 물이 생각처럼 두려운 곳이 아니라, 오히려 나만의 진정한 향기를 낼 수 있는 곳임을 깨달아야 한다.
- p101

'여자의 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저자 신미남씨가 실제 겪은 이야기들로 이뤄졌기에 여자 본인만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는 말에 묘한 설득력이 있다. 경험해본 사람이 해주는 충고나 조언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말보다 훨씬 영양가 있다. 그 충고나 조언은 듣는 사람에게도 꽤 힘 있는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설명도 이해하기 쉽게 적혀 있다. 때문에 집안일로 바깥 세상의 변화를 둔감하게 느끼는 여자들이 바깥 세상의 변화를 편하게 배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엄마와 여자, 엄마와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하는 건 내 가정 탓인 것만 같아 불평불만을 쏟는 사람들, 내 커리어를 찾기 위해 한 발자국 나올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 당당한 내 삶을 찾고픈 사람들에게 이 책은 건강한 자극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여성들이 중간 관리자를 넘어 더 높은 직위로 올라가려면, 세부적인 실행 능력과 공감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낮은 직급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여성의 세심함과 꼼꼼함이 높은 직급에 이르면 지나친 간섭으로 나타나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사안에 집중해야 할 리더의 위치에서는 너무 세부적인 내용에 집착하는 마이크로 관리 형태를 지양해야 하는데, 조직의 창의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 리더는 자신의 위치에 맞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그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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