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그가 말했던 현명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란 무슨 의미였을까.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남자와 아이들에게 궁극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자기주장이 없거나 약하므로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는 사람...... 그가 '현명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유진은 거부감을 느꼈다.
- p51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들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 p271



'현남오빠에게'는 페미니즘 소설이다. 나는 사실 페미니즘에 친숙함을 느끼지 않는다. 여자이지만, 그냥 뭐랄까, 좀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라고나 할까. 현상을,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순응하며 살아온 이 놈의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7명의 작가가 7편의 이야기를 담은 '현남오빠에게'는 작가마다 지니고 있는 개성이 각 이야기에 실려 있어 일곱 색깔의 페미니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을,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긍정할 수도 없다. 부정과 긍정 사이, 참으로 애매모호한 그 속에서 우리는, 여자들은 인생을 바치며 살아왔고 살아간다. 백이면 백, 다 그렇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은 위안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뒤에 너무나 혹독하게 자신의 인생을 바친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현실 그 자체다. 위안을 넘어선 질퍽한 위기. 페미니즘은 그 질퍽한 질감 위에서 자라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서로 다른 질감으로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다뤘다. 있는 그대로의 여자를 직설적으로 표현해내기도 했고 '엄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쓰라리게 적어놓기도 했고 무언가 시리도록 냉한 느낌의 남자를 손 안에 감춰놓고 붕대로 칭칭 감아놓기도 했고 여자에게 죄를 지은 남자들을 고립시켜 무참히 벌을 가했고 뜬금없이 임산부를 화성에 보내 그 곳에서 오롯이 출생의 신비를 우주가 느끼게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결말로 이야기가 끝나도 단 하나, 여자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힘은, 인생에 내보내는 그 에너지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 이 사실 하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결국 이 '현남오빠에게'의 핵심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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