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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 - 불멸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찾은 ㅣ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3
존 C.로빈슨 지음, 김정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 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 >
가끔 거리나 가게에서 눈엣가시처럼 행동하는,
예를 들면, 담배를 아무대나 피워대고, 침 가래를 뱉고, 음식점 물수건으로 코를 풀고,
트럼과 방귀까지 자기 속 시원하게 뿜어대는.. 등등의 중년 남자들을 보면 눈을 흘기게 되지만,
아주 멋진 매너를 가진 중년 남자를 만나면 한번더 돌아보게 된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자신의 가치를 얼굴에 새긴다는 말을 듣지만,
일상의 행동 역시 그런 중년 남성미를 만드는게 아닐까.
남자답게 나이 든다는 제목도 눈길을 끌지만
고전 <오디세이아>에 비춰볼 수 있다니
더욱 매력적이였던 책 <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이다.
저자 존 C. 로빈슨은 중년 남성의 심리를 집중 연구해온 임상심리학자로
나이 듦에서 오는 심오한 성숙을 얘기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이 책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재미와 격한 공감이다.
고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오디세이아>의 기억을 일깨워주는 줄거리도 좋았지만
영웅 오디세우스의 행동을 중년 남성에 빗대었다는 점에서 흥미도 적절히 채워줬다.
영웅이라고 치켜세워도, 영웅이 인간적으로 완벽할 수 없지 않은가.
그 부분을 간과하는 신화 속의 이야기(어이없는 실수와 잘못들)가
심리학적으로 어떤 설명이 가능한지 알려준다.
가령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족 폴리페모스에게
유치한 장난을 넘어 악당기질을 내보였던 오디세우스는
결국 폴리페모스가 그의 아버지이자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간청함으로
2주일이면 도착할 수 있던 고향을 무려 10여년을 바다에서 떠돌게 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치열한 전쟁에서 영웅의 면모를 보였던 오디세우스였지만
내면의 어린 자아(성인의 삶(내면)에는 어린 아이가 존재한다: 칼 융)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설명했다.
무엇보다 집중하고 두번 연거푸 읽으면서 수긍했던 이야기는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왔지만, 그의 귀향을 영웅 환대가 아닌
아들 텔레마코스와 해후하고, 아내 페넬로페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의 적들(재산을 노리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는 자들)을 물리치는 노력을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가정으로의 "귀향 노력"으로 설명했던 부분이다.
(구혼자들을 남자들에게 내재된 탐욕, 야망. 전사의 심리, 허영심의 상징으로 풀이)
요즘 100세의 삶에 비견되는 이른 은퇴와 준비되지 않은 귀향이
가족의 갈등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듣다보니
이 책이 이런 부분들을 경쾌하게 설명하고 있구나 싶다.
사실 처음에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남자의 나이 듦과 연결시키는게
너무 억지스럽지 않나 싶었는데.
누구나 늙어간다.
"남자답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힘을 잃어간다는 뜻이 아니기에
인생전환점에서 어떤 지혜를 득해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이 책을 보면 먼저 솔직하고 쿨하게 인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여겨진다.
그런 '인정' 이후의 감정들 - 안도감, 행복 - 이 삶을
"영혼을 달래는 시간"으로 쓰여질 수 있다니 공감 또 공감이다.
많은 은퇴한 남자들의 여성성에 대해 우스개소리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 유전적 본능이라면
이를 "성숙한 삶으로의 안내자, 열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리라.
우스개소리하는 젊은 사람들을 향해,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박범신 님의 <은교>의 한 구절(이 책의 추천사에서도 인용됨)을 꼭 일러주고 싶다.
"잘 늙어야 진짜 성공한 삶" 정말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