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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피는 꽃
도정 지음 / 도반 / 2014년 4월
평점 :
< 누워서 피는 꽃 >
유난히 힘든 2014년 5월, 세월호 유가족들만큼 힘든 사람이 또 있을까 싶고
이런저런 이유로 축축 쳐지는 일상을 달래줄 책을 고르다가 보게 된 책,
잔잔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갖춰진 느낌의 <누워서 피는 꽃>이다.
특정 종교는 없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향기로운 글들은
언제나 마음을 달래주는 듯 하다. 위로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더라도.
얼마전 서점에서, 선 자리에서 읽었던 류해욱 신부님의<그대는 받아들여졌다>도
한결 가벼워지고 위로받은 마음을 며칠이라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던 기억.
이 책은 양산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으신 승려이자 시인이신 도정 스님의 시집이다.
도정 스님은 수용과 사랑의 대상을 나와 다름없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배움으로
이 시집을 쓰며 스스로 위로가 되셨다고.
스님의 시집이라고 해서 열락과 열반 혹은 해탈을 얘기하면
그냥 덮어버려야지 했는데, 도정 스님은 그런 불교거죽은 던져버리고
여느 삶 속의 이야기를 시로 읊어내셨다.
어느 시골 거사 수준의 따분하리만치 소소한 생활도 하는게 승려의 삶이라는
위트(고급 유머보다는 읽고 알아채는 순간 웃음난다)가 만발한 글월들은
일기 쓰듯 속내를 살짝 드러내며, 실 가는데 바늘 가듯
일상과 번뇌가 함께 걷는 모습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여든 넘은 노구의 진주댁과의 인연과 그녀의 임종은
마음 무겁지만 진지한 모습인지라,
내내 궁금했던 누워서 피는 꽃(실제로는 배꽃이지만)이 그녀였던가 했는데..
웬걸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드는 '누워서 피는 꽃'에 대한 발문에서의 분석은
(마음으로 읽은 시를 시험볼 수험생 마냥 단어 하나, 음율 하나 잡아내듯 하다니)
.. 발목을 잡았다. 좋은 의도였겠지만.
따뜻한 시선과 포옹, 간접적이나마 마음의 정화가 필요할 때 읽기를.
하얀 내지가 오히려 인상적이였던 스님시인의 책, <누워서 피는 꽃>이였다.
도정 스님의 한 말씀 "늘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