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더 웨딩
신디 츄팩 지음, 서윤정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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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섹스 앤 더 웨딩 >

 

미드를 즐기거나 혹은 즐기지 않더라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뉴욕의 4인방 여인들의 좌충우돌 사랑과 코믹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그 드라마.

물론 그녀들의 괴팍하고 흥미다단한 일상을 다 좋아하진 않았지만

진짜 리얼하고 섬세했던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탄복했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뭐랄까, 생동감 넘치는 자유분방함이

생기잃은 내 일상의 상상 속 일탈과도 같았으니.

 

그 드라마의 작가 신디 츄팩의 새 책 <섹스 앤 더 웨딩>은

그녀의 실제 라이프 상황(결혼)이라는 말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읽게 되었다.

작위적이든 말든, 말빨과 상황설정 하나는 죽여줬던 그 작가의 진짜 결혼 이야기니까.

솔직히 <섹스 앤 더 시티>의 연장선 위의 웨딩과 그 뒷이야기를 기대했고

그래서 더 설레였던  책이다.

 

알려진대로 신디 츄팩은 에미상과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유명 작가이며

생의 선물이 된 딸 올리비아와 남편 이안과 팅크와 살고 있는 중.

 

왠지 작가가 "아주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개나 줘버려!!"라고

시니컬하게 얘기하며 이 책을 썼을 거라 기대했는데

아닌 말로 ,결혼은 그녀에게는 끝나지 않는 양보와 타협으로 점철된 듯 보였다.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그것을 꼭 하는(?) 이안과

귀엽고 거대한 털뭉치 팅크,

임신이 과학의 산물로 지쳐가던 끝에 가슴이 낳게 된 딸 올리비아.

그리 우아하지도 않고 명백히 지혜롭거나 특출나지 않지만

따뜻하고 리얼하고 또 진솔하며 유머와 위트 넘치는 신디 츄팩의 삶이였다.

 

결혼, 즉 사랑하는 그와 내가 동시에 같은 공간에 늘 존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백히 보여주었던 책.

많은 여자들이 연애와 결혼식만을 로망하며( 반지, 드레스 등등 말이다) 

결혼으로 엉망진창이 될 실생활을 진지하게 생각지도 않고

막상 저지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컸다.

참거나 타협점을 참지 못한다면 결국 끝~

신혼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한 이유가 될테니. 

 

마구 지끌여대는 듯한 작가의 수다 속에서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지만

그녀의 메세지는 한결같다. 행복 앞에 물러서지 말라는 것.

아주 좋은 것은 어쩌면 아주 엉망진창인 것이다.

내가 왜 결혼 했을까 싶은 순간이 꼭 온다는데, 이 또한 결혼의 법칙이라 하니.

누군가를 사랑하고 헌신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모든 게 나를 높이 올려줄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라는 이야기.

참 공감되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풍선에 올라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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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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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작년에 언뜻 봤을 때, 새끈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즈음에 여행에세이에 관심이 많아 패스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지만 한번 지나치니 다시금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영화로 나온다니 다시 흥미 돋아보게 된 책이다.

 

저자 요나스 요나손은 "첫 소설에 감히 도전할 만큼 성숙했다"는 생각에

평소에 구상 중이던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 "현대사를 배꼽잡게 엮어 낸 이 비범한 작품"은 유럽을 강타했으며

벌써 차기작의 출간을 준비 중이라하니

첫 소설부터 대박치는 신예 작가들을 볼때면

소설쓰는 재능은 타고나는건가 싶어 부럽기만 함.

 

장수에 대한 기대치인 100세.

꿈의 수명이라고 생각하지만, 100세 노인의 활동성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었고

거의 아기와 같은 수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원기왕성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알란 칼손을 그려냈다.

"적어도 똥은 마음대로 쌀 수 있겠지?"라며

지켜야하는 지침을 일장연설 늘어놓는 양로원 원장 알리스에게 일침 놓는 알란,

100세 그리고 노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접게했다. 유쾌하게.

 

알란 칼손의 어이없고 황당무계하게 이어지는 일대기는

논리를 따져묻는 마음을 날려버렸고, 킬킬거리게 만들정도로 재치만발했으며

여우를 잡기 위한 닭장폭파 이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입소한 양로원에서

100세 생일파티의 앞두고 창문을 넘어 탈출(?)을 감행한 알란의 모험은

젊었을 때의 그것과 다름없는 향방을 알 수 없는 묘한 끌림과 엉뚱한 인연들로

나름 두터운 이 책을 단숨에 읽게했다.

(100살 할아버지 알란의 인생사인데 짧을 수가 없지.)

 

폭파전문가였던 알란이 프랑코 장군과 트루먼 부통령(후에 대통령)을 만나고

쏭메이링이나 장칭, 스탈린과 심지어는 김일성과 김정일도 만났다.

유럽, 미국, 중국, 중동 마지막엔 아만다를 만나는 발리까지.

세계지도를 펼쳐두고 가지 않을 곳이 없고

근현대사의 악행과 사건,사고들을 주물딱거리는 인물,

여기 알란 할아버지가 있구나 웃고 말았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기똥찬 행동만 한다.

행방묘연한 알란을 뒤쫒는 경찰이나 검사,

알란에게 탈취당한 트렁크(돈이 5천만 크로나, 와우 75억원 언저리다!!)를 쫒는 악당들

모두 알란에게 뒤통수를 맞고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서 웃음을 자아낸다.

심지어 얼렁뚱땅 사고를 당한 이들조차도.

 

세계사의 장면 장면에 깊이 관려되었던 알란 할아버지의 멋진 인생사가

100세 생일 파티를 앞두고 "몹시도 팔팔한 영혼"의 이야기가 겹쳐져

한편의 코메디 영화를 보고난 기분이다.

 

책 말미의 연보를 다시금 보고나면 유쾌한 기분에 장악당헀다.

푸념과 불만으로 가득한 일상에서 억지라도 웃음이 필요하다면

<창문 넘어 도망간 100세 노인> 알란 할아버지를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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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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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류 >

 

외국 작가들의 상상력 넘치는 유전공학에 관한 SF스릴러를 읽을 때면

우리의 정서에 맞는 뭔가 오밀조밀한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있었으면 했는데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이 책<혈류>는 이런 생각을 완벽하게 만족시켰고

섬찟함이 온몸으로 소름돋 듯 전해져 왔다.

 

장기이식으로 인한 기증자의 기억과 오버랩되는 스릴러류들이 많았어도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질적인 기술과 특수 상황들로

단지 책과 영화에서나 머무는 이야기에 한정된 것이였지만,

이 책 속의 자가혈액(혈액 속 기억 단백질인자)으로 가능해진 '복제'가

장기이식보다 오히려 현실감 깊게 다가왔다.

(장기이식하려면 얼마나 많은 절차와 또 불법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가..)

 

저자 이립은 마취과 전문의로 군복무 중 이 소설을 처음 썼는데

"피를 통한 지식과 정보는 물론 감정까지도 전달하는 신기술"에 대한 발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싶었다고.

 

비범해보이는 이 책은 정말이지 첫장을 넘김과 동시에 끝장을 보았다.

이건 반드시 영화화되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과 함께.

대통령이 탑승한 열차의 테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김종훈의 복제 김종훈.

추악한 스캔들(비자금, 인격 외)을 감추고 있던 대통령의 기억을 가진 그와

인간 복제라는 욕망을 둘러싼 거대한 중국 자본의 회사와

기억조차 성형으로 변모시키는 기술과 모략으로 이어지는 사건들.

 

복제된 이들이 서로를 맞딱뜨리는 상황은 정말이지 소름돋는다.

어느 영화에선가 복제를 실패한 자신의 복제들을 보여줬던 기억이 있지만

이 책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닌 '지금'이라는 현재가

정말 빠른 시간 내에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전인류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황망한 생각을 품게 한다.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에 대한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삶에 대한 회의가 좀 들긴 했다.

내 자신이 잘 살고 있지만, 바꾸고 싶다면 기억도 성형이 되고

병이 들거나 혹은 원치 않은 임신(낙태가 싫다고 복제를 하겠는가?)을 했다고

육체를 교체하는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이런 사실 앞에 무너져가는 인간, 인간은 정말 무엇으로 규정될까 하는 의문.

인간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철학적 자문을 구하게 되면서

재미있기만 했던 이 책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시나리오 한 편을 읽어낸 기분이 드는 이 책은

빠른 전개와 생생한 현실감 넘치는 스릴러였고 재미도 있지만

킬링타임으로만 덮어두기엔 아까울 듯하다.

무엇보다 작가의 차기작 속 모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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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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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애잔함이 스며든 일본 소설은 크게 다가오는 존재감보다는

두리뭉실하게 실체없는 느낌이 의외로 오래 남는 것 같다.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나 기괴한 공포도 없는 일본 소설이 나에겐 인기가 없긴 하지만.

 

주인공 가즈키의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

내가 죽는다면 가족과 주변인들에겐 어떤 슬품과 그리움이 남을까.

좀 슬픈 감상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하는

잔인하고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 책 <어젯밤 카헤, 내일의 빵>이다.

제목 한번 묘하구나 했던.

 

저자 기자라 이즈미는 일본의 부부 각본가의 공동 필명(이즈미 쓰토무와 메가 도기코)이고,

이 책은 이들의 첫 소설이며, 드라마로 제작 될 예정이라고.

 

"슬픈데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번역자도 그런 의문이였다는데,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남편 가즈키의 병사 이후, 시부 렌타로와 며느리 데쓰코의 7년 간의 동거생활은

솔직히 껄끄거워보였지만 이들은 가즈키와의 인연을 놓지 않고

슬픔이 이들을 지배하지 않는, 소소한 일상 속의 '극복'을 택했다.

 

8개의 에피소드에는 가즈키의 가족과 주변인의 주변인까지 등장하여

가즈키를 기억하고 또 슬픔을 극복하며 공생하는 따뜻함이 들어있어

지겨울 법도 한 일상이 "생사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슬픔 속에서도 한걸음씩 나아가는 담담한 삶을 보여줬다.

 

자극적이지 않고 묘하게 유머스러운 상황들.

지금의 평온한 삶을 깨고 싶지않고, 나이들고 싶지도 않는 시부 렌타로,

애인 이와이와의 관계 변화(결혼)보다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데쓰코,

사촌형 가즈키를 우상으로 여겼던 도라오의 기억들,

이와이를 찾아 '사기'를 논의하며 한 배(?)를 타는 렌타로 ..

그리고 가즈키와 데쓰코의 인연이고 제목으로 채택된 '빵' (강아지이 이름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죽음'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가즈키의 죽음을 두고 나눈 시부와 며느리의 철학적인 문답들,

"보이지 않아도 있고, 죽어도 역시 존재한다"는 이야기에

한동안 곰곰한 생각으로 짧은 이 책을 며칠을 두고 읽었다.

 

"아무 예고도 없이 그때 그 순간의 무시무시한 슬픔이 갑작스레 덤벼들곤"할 때마다

그들의 삶은 고통이고 슬픔이겠지만, 슬퍼도 행복을 놓지 않는 공생적 삶의 태도는

그리 나쁜 방식이 아닌 듯 하다.

 

"움직이는 게 곧 산다는 것"이라 했던 시모 유코의 말처럼

우리의 삶에 죽음이 급작스럽게 혹은 천천히 찾아오더라도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자들의 방식으로 말이다.

 

특징 지어지는 소설이 각광받는 요즘 책들 중에 더없이 잔잔하고 담백했으며

상실의 아픔이 어떻게 채색되어 기억되는지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재미보다는 사색적인 부분이 탄복되었던 책,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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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그리움 많은 아들과 소박한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박동규.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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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학창 시절에 문학선생님께 들었던 박목월-황순원님의 우정(술자리에서?).

우리나라 문학계의 두 거장께서 아들들의 이름을 '동규'로 짓자 했다던가.

그 아들들이 박목월님의 아들 박동규 교수님과 황순원님의 아들 황동규 교수님이라던 이야기.

박목월-황순원님 두분 모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으리라 짐작된다.

 

박목월님은 1939년 <문장>을 통해 등단해 박두진-조지훈과 청록파를 이끌던 시대의 문인이고

장남이신 박동규님은 서울대 국문학 교수였으며 문학평론가이다.

 

아버지 박목월님의 작고 이후 오랜 시간을 돌아 엮어내게 된 이 책을

가족과 생활에 대한 극복 방식에서 오는 서로 다른 체계를 이해하는데

전쟁과 세대차라는 "시대의 단층"염두에 두고

"이 세상에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조명해 보는 즐거움"을

엿보기를 바란다는 박동규님의 서문에 오랜만에 좋은 책을 보겠구나 싶어 설레였다.

(서문이 평론가다우신 어투라 딱딱하면서 논평같다. 흠.)

 

아버지와의 기억과 그리움으로 이뤄진 1부는 박동규님이 쓰신 글인데

아버지에게 첫 논문에서의 첨삭을 받으신 기억으로

내내 글쓰는 것이 부끄럽고 미숙하다 했지만

매끄럽고 담백하기만 한 이야기 속에서

박목월님의 인격과 가족사를 엿볼 수 있어 정말이지 푸근했다.

전쟁의 아픔조차도 삶의 한자락으로 승격되는 걸 느낀다.

 

아내와 가족의 이야기로 엮은 2부는 박목월님이 쓰신 글인데

확실히 글이 시대 차이가 나는 걸 느끼지만

박목월님의 따뜻한 품성과 절대적 신앙, 일상에서의 가족애,

자녀인 장남 동규, 맏딸 동명, 남규, 문규, 막내 신규에 대한

각각의 애틋한 마음에 진정한 아버지의 정이 느껴진다.

 

맏딸 동명의 졸업식날을 맞아 마련한 조촐한 가족잔칫상에

막상 주인공 딸이 친구 초대로 가버리자

쓸쓸한 마음에 "가정 규율을 엄하게 세울 것-마음으로 다짐했다"는 박목월님!!

 

책을 읽는 내내 번져오는 마음의 따스함이

자식에 대한 부모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식사랑은

변치 않는다는걸 알리고 싶으셨다는 박동규님의 의도보다도

훨씬 깊고 넓게 스며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직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움보다는 현실에서 복작거리며 아웅다웅하는게 좋지만,

이 책이 전하는 그리움에 흠뻑 젖어들었기에

아버지의 얼굴과 표정 하나하나가 달라보이는 행복이 느껴진다.

 

늘 아침이면 "오늘도 일찍 들어온나, 10시 전에는 들어온나. 세상 무섭다"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걱정으로 들리니.

나 철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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