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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그리움 많은 아들과 소박한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박동규.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 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학창 시절에 문학선생님께 들었던 박목월-황순원님의 우정(술자리에서?).
우리나라 문학계의 두 거장께서 아들들의 이름을 '동규'로 짓자 했다던가.
그 아들들이 박목월님의 아들 박동규 교수님과 황순원님의 아들 황동규 교수님이라던 이야기.
박목월-황순원님 두분 모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으리라 짐작된다.
박목월님은 1939년 <문장>을 통해 등단해 박두진-조지훈과 청록파를 이끌던 시대의 문인이고
장남이신 박동규님은 서울대 국문학 교수였으며 문학평론가이다.
아버지 박목월님의 작고 이후 오랜 시간을 돌아 엮어내게 된 이 책을
가족과 생활에 대한 극복 방식에서 오는 서로 다른 체계를 이해하는데
전쟁과 세대차라는 "시대의 단층"염두에 두고
"이 세상에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조명해 보는 즐거움"을
엿보기를 바란다는 박동규님의 서문에 오랜만에 좋은 책을 보겠구나 싶어 설레였다.
(서문이 평론가다우신 어투라 딱딱하면서 논평같다. 흠.)
아버지와의 기억과 그리움으로 이뤄진 1부는 박동규님이 쓰신 글인데
아버지에게 첫 논문에서의 첨삭을 받으신 기억으로
내내 글쓰는 것이 부끄럽고 미숙하다 했지만
매끄럽고 담백하기만 한 이야기 속에서
박목월님의 인격과 가족사를 엿볼 수 있어 정말이지 푸근했다.
전쟁의 아픔조차도 삶의 한자락으로 승격되는 걸 느낀다.
아내와 가족의 이야기로 엮은 2부는 박목월님이 쓰신 글인데
확실히 글이 시대 차이가 나는 걸 느끼지만
박목월님의 따뜻한 품성과 절대적 신앙, 일상에서의 가족애,
자녀인 장남 동규, 맏딸 동명, 남규, 문규, 막내 신규에 대한
각각의 애틋한 마음에 진정한 아버지의 정이 느껴진다.
맏딸 동명의 졸업식날을 맞아 마련한 조촐한 가족잔칫상에
막상 주인공 딸이 친구 초대로 가버리자
쓸쓸한 마음에 "가정 규율을 엄하게 세울 것-마음으로 다짐했다"는 박목월님!!
책을 읽는 내내 번져오는 마음의 따스함이
자식에 대한 부모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식사랑은
변치 않는다는걸 알리고 싶으셨다는 박동규님의 의도보다도
훨씬 깊고 넓게 스며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직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움보다는 현실에서 복작거리며 아웅다웅하는게 좋지만,
이 책이 전하는 그리움에 흠뻑 젖어들었기에
아버지의 얼굴과 표정 하나하나가 달라보이는 행복이 느껴진다.
늘 아침이면 "오늘도 일찍 들어온나, 10시 전에는 들어온나. 세상 무섭다"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걱정으로 들리니.
나 철 들었나보다.